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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영국

런던 여행(1) 위키드 데이시트 (웨스트엔드)

원남 2018. 1. 13. 10:00


  런던의 뮤지컬은 웨스트엔드라고 지칭될 만큼, 런던 여행을 왔을 때 뮤지컬 관람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런던 속 뮤지컬을 저렴하게 보는 방법인 데이시트Day sheet에 관해서 적시해놓았기 때문에 관련 설명은 조금만 써놓겠다. 데이시트는 그날 팔리지 않는 좌석이라든가 혹은 특정 좌석을 일일 20개 정도만 할애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웨스트엔드 데이시트 중 마틸다 뮤지컬은 단돈 5파운드로 저렴한 편이며, 나머지 뮤지컬의 데이시트는 대부분 20-30파운드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그중 오늘 내가 설명할 위키드의 데이시트는 1층 맨 앞줄(Stall A열)이고 29.5파운드다. 많은 한국인들이 아침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보고싶은 뮤지컬 1순위는 단연 <레 미제라블>이었으나, 내가 보려던 날에 TKTS에서 내놓은 자리는 스탠딩석이어서 걸렀다. (상당히 비추라고 들었지만 보고싶었는데 흑) 그래서 내가 선택한 뮤지컬은 <위키드>!



  나는 A32, A33을 예매했다. 엄청 일찍 갔다면 A열 중앙도 노려볼 수 있지만 A열이니까 만족^^ 우리쪽 좌석(빨간 네모)은 원래대로라면 72파운드(10-11만원)고, 더 일찍 가서 중앙자리를 보았다면 92파운드(13-15만원)다. 중앙자리에서 보았다면 30파운드일 때 많이 할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지하철)의 Victoria Coach역 바로 앞에 있어서 찾기가 수월하다. 그런데 늦게 가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나는 게다가 2명자리 찾으려고 했는데 망했다 싶었으나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어서 그냥 기다렸다.



The apollo victoria theatre london이라고 지도어플에 검색하면 되니까 염려하지 말자. 오른쪽 문 바로 앞에 결제창구가 2-3개 존재한다. 나를 담당했던 직원분의 영국 발음이 매우 거셌기 때문에, 이곳에서 결제할 때 "아, 내가 영국에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30pm을 영국발음으로 들으니까 too dirty와 too thirsty를 섞은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 무슨 뜻일까" 했는데^^ 영국에서 영어 좀 늘려야겠다.




  나는 12월 23일에 관람하였다. 따라서 아직 방학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비수기) 9시 50분에 가서도 예매에 성공하였다. 두 사람이 관람하려고 했기 때문에, 오후 7시 30분 관람엔 시야제한석밖에 남질 않았다. 그래서 오후 2시 30분에 남은 나머지 두 자리를 손에 넣었다. 와후! 한인민박에 계시던 스태프는 "8시까지는 가셔야 해요"라고 했는데, 그거는 방학 시즌에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관람할 때의 캐스트와 설명을 아래에 적어놓겠다.


엘파바Elphaba : Alice Fearn

  메인 캐스팅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엘파바를 연기하신 분들 중에선 차지연 씨를 보는 외모였다. 이 분께서 하시는 노래와 연기를 듣자니, 여태 들었던 엘파바를 고루고루 섞었다. 차지연 씨의 외모와 옥주현 씨의 카랑카랑함, 이디나 멘젤의 얇지만 강한 두성 등을 고루 섞었다고 해야 할까? 딜라몬드 박사님이 사실상 쫓겨날 때 격하게 소리지르던 파워풀함도 갖추었지만, <For good> 등에서 서로를 응원할 땐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엘파바보다 특히 짜증을 엄청 잘 내셨다.) 예전엔 엘파바 세컨 언더였는데 현재 리드(메인)로 승격된 것을 보면, 그녀의 연기력은 검증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부 중간까지는 노래 할 때 조금 힘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2시 반이어서 그런 것 같다. <Defying Gravity>를 듣고 있자니 이 곡을 위해서 힘을 아끼셨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No good deed>는 옥주현 씨가 Alice Fearn 씨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게 잘 풀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곡만큼은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사악한 마녀가 되어주겠다."라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오즈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맞게 불러야 하지 않을까... 옥주현 씨가 불렀던 게 사람들이 느낄만한 위압적인 마녀의 느낌을 표현해주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Alice Fearn 씨도 너무 과장됨 없이, 노래와 연기를 깔끔하게 해서 정말 좋았다. 다만 얇은 목소리라서 헨젤과 그레텔에 나올 만한 마녀 느낌?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배역과 혼연일체된 모습이었다.




글린다Glinda : Maria Coyne

  이 분은 Standby (Maternity Cover)라고 뒤에 적혀 있어서 메인 캐스팅이었던 사람이 육아휴직을 떠나신 것 같다.

  우리나라 글린다와 생김새로 보았을 때 아이비 씨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Popular>를 부를 때 너무 과하지 않았고, 1부에서 엘파바가 목이 덜 풀렸을 때 이 글린다가 훨씬 돋보였다. (2부에서는 엘파바가 단연 앞섰다.) 정선아 씨가 연기했을 때의 사랑스러운 느낌은 덜 받았지만, 절제미가 있어서 좋았다.


피에로Fiyero : Bradley Jaden

  피예로 그딴 장발머리 하지 마요... 허수아비 될 때는 머리가 가려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는데, 그 때가 훨씬 잘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승마 바지를 입었을 때 몸이 너무 좋으신 나머지, 나랑 뮤지컬을 보던 동갑내기랑 쉬는시간(interlude)에 피에로 승마바지 얘기를 했다. ^^몸 우락부락해서 좋으신 건 알겠는데 조금만 덜 타이트하게 입어주세요

  피에로는 그냥 그저 그랬다. 좋긴 한데 그리 나쁘지도 않고, 평을 매기기가 애매하다. 워낙에 엘파바-글린다 투톱 주연이라 아쉽지만, 둘을 받쳐주는 역할에 집중하신 것으로 보였다. 예전에 <레 미제라블>에서 앙졸라 역을 맡았다고 듣는 순간, 이 배우와 그 배역이 너무 잘 어울려서 할 말을 잃었다. 


마담 모리블Madame Morrible : Melanie La Barrie

  이 캐스트에서 성량 원탑이셔서, 이 분께서 노래만 하시면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호우.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 : Andy Hockley


딜라몬드 박사Doctor Dillamond : Martin Ball


보크Boq : Jack Lansbury

  보크 하신 분께 개인적으로 한 표를 주고 싶다. 보크를 그야말로 담백하게 소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선 이우종씨가 보크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쪽 보크도 귀여워서 뮤지컬 보는 내내 아빠미소를 발사했다. 극중에서 피에로보다는 아쉽지만 보크 또한 나름대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였다. 이 배우는 이번 <위키드>가 웨스트엔드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잘 되시기를 바란다. 이름 기억해두겠다.


네사로즈Nessarose : Sarah McNicholas


  나머지 컴퍼니 분들도 가창력이 상당해서, <One short day>(<단 하루>)를 볼 때 뮤지컬배우 아무나 못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후... 관람 총평은 "아, 이래서 웨스트엔드라고 부르는 건가" 싶었다. 앞서 말했던 뮤지컬 속 배우들의 열연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데이시트나 학생할인 등 우리나라보다 문화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도가 훌륭하다. 블루스퀘어(인터파크홀)에서 뮤지컬 조로를 보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장소는 뮤지컬을 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런던에 다시 오게 된다면 다른 뮤지컬도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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