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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2019) (스포 조금) 본문

짤막리뷰

<조커>(2019) (스포 조금)

원남 2019. 10. 4. 01:18

  이번에 영화평이 너무 좋아서 시간이 나자마자 보았다. 오메5me오메... 일단, 총기소지 가능한 나라에서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영화관람에 방해되지 않겠지만 살짝살짝 줄거리를 언급하므로 참고해주세요.

 

1. 존재감과 관심 속에서

  최초의 사건이 벌어진 후, 아서(주인공)는 존재감이 없던 과거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 얘기하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화 전반에 걸쳐 그의 얘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에 연락하는 친구, 이웃도 없다. 따라서 영화 초중반까지 그의 주변엔 밤안개가 잔뜩 끼었다고 느꼈다. 그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내 생각엔) 그의 뜬금없는 웃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엔 진입장벽이 높았을 거라 추측한다. 초중반엔 이 웃음을 무마하고 숨기려고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지만, 중반부 부터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미소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러 사건을 거치며 스스로 자존감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는 행동을 보면 반사회적이었다는 게 아쉽긴 하다.

 

  불도 제대로 안 켜지는 화장실 한 켠에서 무대 등장 모션을 취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마치 코메디언으로서, 하나의 진정한 사람으로서 각성하는 느낌이 무서웠다. 그 장면을 기점으로 주인공이 변하는 게 느껴진다.

 

2. 열차씬 이후 대칭적인 이미지 적극 활용

  큰 일을 벌인 주인공은 그 이후부터 이상하리만치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주인공을 영화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영화 중반부부터 조명이 깜빡이는 장면은 확연히 줄어들었고, 아서가 중심에 있으면 배경은 대칭을 이루는 씬도 많이 늘었다. 그래서 이러한 영상미는 주인공이 정신도 말끔해지고 자신의 가치관이 안정감을 찾았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3. 슈퍼히어로물 영화라는 생각이 거의 안 들었다.

  우리가 슈퍼히어로물 영화를 보면 "아, 역시 이 장면은 영화니까 가능하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우리는 어찌 보면 영화의 상상력을 믿고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커>는 그러한 판타지적 상상을 말끔히 걷어내고, 핍박받는 사회 계층으로서의 아픔을 기반으로 자신의 기구한 인생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러한 감정에 충분히 이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어디 세게 부딪혀도 멀쩡히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 영화라는 게 유일하게 영화라고 느낀 순간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에 상상이 안갔는데, 슈퍼히어로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든 것 또한 베니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4. 총

  사람들이 특수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는 한, 총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건 쉬운 일이다.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이가 적어도, 어떠한 사람이라도 그들의 머리에 한 방만 잘 쏘면 그들은 즉사할 수 있다. 이것을 일반적인 시각으로 확대해본다면, 인간은 목숨 앞에서 평등하다는 얘기가 깃들어있다. 영화에 비치는 하층민들은 어떻게 해서도 상류층이나 중산층에 비견할 만한 자본력이나 인생으로 올라가기가 매우 어려워보인다. 계층 사다리가 이미 무너진 사회로 계층과 계층 사이에 간격이 너무 두터워보인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 부자인 사람에게 총으로 머리를 쏴서 죽이는 건 부자인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총으로 쏴죽이는 것은 똑같다고 보인다. 따라서 영화를 보면 여러 사람이 죽는데, 그중 하층민이 총을 쓴 순간은 하나같이 상류층을 쏘아붙이는 데에만 사용하였다. 같은 계층을 죽일 때는 다른 요소로, 그것도 그들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쓰이는 총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을 넘어서, 계층 사다리로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의 실정을 인간의 한계점을 활용하여 해소하려는 소품장치로 활용되었다.

 

5. 번역

  예고편 볼 땐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번역이 뭉개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부족했나?... 그래서 그냥 원어로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 토크쇼 씬에서는 아무래도 주인공 자체도 딕션이 좋았지만 상대도 극중에서 딕션이 좋은 직업이니까. 언어유희를 통한 농담도 여럿 있는 만큼 영어도 함께 들으면 영화에 이입하기 더 좋다고 생각한다. 번역에 생략된 내용도 가끔 있었다.

 

6. CGV

  왜 CGV만 IMAX로 봐야 포스터를 주는 것일까 무슨 자신감이야 대체

 

7. 히스레저 생각 하나도 안 났음. 일단 그것만 해도 이번 영화는 강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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