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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독일

뮌헨 근교 다하우(2) 강제수용소 둘러보기

원남 2019. 10. 15. 07:00

  강제수용소는 대체적으로 평지인데 주위가 황량하고 나무만 있다. 따라서 수용소를 돌아볼 때엔 싸늘함만 가득했다. 직접 가보는 것이 백 번 낫다. 뮌헨에서 교환학생을 하거나 일주일이상 뮌헨에서 체류한다면 가볼 것을 권한다. 느끼는 게 많다.

 

Arbeit macht frei

  "Arbeit macht frei(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리)"라는 문구는 수용소 구역 대문에 떡하니 쓰여 있다. 나치 시절에 아이러니하게도, 잡아온 사람들의 신원이나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실컷 박탈한 뒤에 이러한 문구를 내세워서 의미없는 작업을 시키고 있다. 문은 누가 봐도 수용소처럼 생겼지만 노동하는 캠프마냥 보이게 위장한 것이기 때문에, 저 문구와 나치들의 실상이 담긴 건축물의 대비가 극명하다.

  baracke X, barrack X, 막사 X라는 구역이 수용소 중에서 가장 섬뜩한 곳이다. 위의 그림처럼 지도상으로 볼 때 긴 막사들을 지나서 혼자 외진 곳에 있는 건물이 막사 X다. 이곳에는 수감자들의 시체를 화장하는 곳이 있다. 그런데 수감자들로 생체 실험을 한 장소이기도 하며, 이곳에서 샤워장brausebad이라고 불리는 곳에 수감자들이 단체로 들어가면, 사방팔방에서 나오는 독가스를 마시며 숨을 거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건 때문에 해당 독일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름만 샤워장이고 사실상 수감자들을 단체로 죽이는 곳이었다. 따라서 비밀의 구역이니만큼 이름도 X막사로 되었을 터. 교환학생을 같이 다녀왔던 다른 친구는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들어왔다 나왔는데 유달리 그 가스실만 추웠다고 답변했다.

  이 가스실이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2m 남짓 되는 높이의 가스실이다. 따라서 이 방만 유달리 위로 비좁다. 끔찍하게 죽어갔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이 샤워장에 오래 있지 못하였다. 시체를 태우는 곳도 어찌 보면 장작 태우는 것을 넣는 화로처럼 생겼다. 생각보다 수용소 자체가 넓고 막사 X는 수용소를 설명하는 구역과 동떨어져 있으므로, 수용소를 다 볼 시간이 없다면 이곳을 가장 먼저 둘러보자. 수용소 입구로부터 제일 멀기도 하고.

 

  전시되어있는 것들에서도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일단 수용소는 원래라면 막사가 서른 개는 있어야 하는데 전시를 위한 막사만 남기고 모두 걷어내었다. 그래서 빈 넓은 운동장처럼 장소가 마련되어있다. 얼른 전시장으로 들어가자. 

카포(Capo)

  수감자를 관리하는 수감자들을 카포라고 불렀다. 아이러니하지만 내부적으로 말이 나오게끔 만드는 기제로 활용되었다.

 

생체실험에 관한 내용이 기술된 설명문

  다하우 강제수용소에서 인간에 대한 생체실험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말라리아, 상처를 치료하는 생화학 실험, 여러 환경에도 살아남기 위한 약 실험 등이 이루어졌다. 수감자를 대상으로 하고, 그들이 죽으면 거리낌없이 막사 X로 가서 그냥 화장당했다.

 

수용자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표식

  수용소에서 포로를 식별die Kennzeichnung der häftlinge im KZ하는 방법으로 위의 그림처럼 삼각형이 사용되었다. 삼각형 안에 있는 알파벳은 국가를 나타내는데, 이건 H라고 보여서 헝가리 아니야? 하겠지만 독일어로 헝가리는 U로 시작한다. 1년 전에 다녀온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다만 아마 B일 것이다. B는 벨기에인을 의미한다. 빨간색 삼각형은 정치적인 문제로 잡혀왔음(정치범)을 의미하는데, 나치 시스템에 반발하거나 공산주의자들이 잡혀온다. 삼각형 모양도 약간의 바리에이션이 존재해서, 수용소에 다시 잡혀온 사람은 삼각형 위에 작대기가 붙고, 유대인이 잡혀올 경우 우리가 잘 아는 육각형이 새겨진다.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도 미결수(형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사람)과 기결수(형이 집행되어 복역중인 사람)의 옷 색을 달리 했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모여있고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면 표식 등을 통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씁쓸하다.

 

삼각형 표식에 대한 설명은 위키피디아에서 잘 정리되어 있다. ( https://de.wikipedia.org/wiki/Kennzeichnung_der_H%C3%A4ftlinge_in_den_Konzentrationslagern )

 

독방과 고문실이 혼재

  이 복도도 두 사람이 겨우 왔다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각각의 방도 좁았다. 이 사진을 촬영하면서 나는 서대문형무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엇비슷하다.

 

 

  맨날 맥주만 먹으면서 독일 생활에 즐거움만 끼얹어서 공부와 담쌓은 스스로가 반성된다면 이곳에 와서 참회하길 바란다. (교환학생 생활 1년을 돌아보니 딱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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