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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포] 디즈니 픽사 <코코Coco> 관람후기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 포함) 본문

짤막리뷰/애니메이션

[영화/스포] 디즈니 픽사 <코코Coco> 관람후기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 포함)

원남 2017. 12. 5. 18:20

[스포 군데군데 발설하니 조심하실 것]



  독일 뮌헨에서 디즈니 픽사의 신작 <코코Coco>를 관람하였다. 한국에서는 2018년 1월 11일에 개봉이라고 하니, 무려 1달이나 일찍 영화를 본 셈이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볼 땐 어떤 정보도 안 듣고 가는 걸 좋아해서, 해외 친구가 "이거 볼래?" 하고 트레일러 영상을 보내주며 제안할 때 오케이 하고 (트레일러나 사전에 조사도 안 하고) 그냥 봤다.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 "이 애니메이션은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을 주제로 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코>를 2017년에 봤어요 와후


  <코코> 영화에 앞서서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이라는 단편영화가 약 20분 가량 방영된다. 코코 보러 왔는데 왜 20분이나 틀어주지...? 그래도 신곡 나오는거 듣는 재미로 보는 것이니 일단 봤다. 흠, <신데렐라> 봤을 때의 그 심정을 다시금 느꼈다. <라바>처럼 깔끔하고 간결한 단편 영화면 그러려니 하겠는데...아쉬웠다.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겠다.



  장점은 몇몇 시퀀스가 내 맘을 사로잡았다. 뜨개질스러운 텍스쳐에 올라프의 생각을 담아 표현한 건 올라프의 성격이나 특유의 재치가 돋보였으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때의 분위기는 이런 세트장이 실제로 있다면 꼭 한 번 가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음악도 나쁘진 않았으나 Let it go만큼의 퀄리티는 기대하지 말자. 성우들이 노래를 잘하는 것이지 노래가 좋은 건 아니었다.


  단점은 장점에 비해 할 말이 매우 많다. 역시 <겨울왕국> 본편 때부터 이어진 특유의 아쉬운 스토리텔링이 내 주의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첫 번째 예시론 초반에 올라프가 마을 사람들은 각자 가족끼리 전통이 있는 것을 보고, 엘사와 안나는 무슨 전통이 있냐고 물어보았을 때다. 엘사와 안나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면서 "우리는 궁에서 함 크게 축하한 다음에 그냥 흩어졌어, 뭐 없어."라고 답변했다. 분명 그랬는데 후반부에 가면 둘이서 다 성장할 때까지 매년 올라프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을 제작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너네가 뭐 없다고 직접 말했잖아. 올라프가 전통 만들자고 소리치는 장면은 그럼 왜 필요한지... 서로 올라프에 대해 주고받았던 것을 엄청 구석에 넣어놓고서 기억이 안 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주고받을 때 마지막 즈음엔 거의 현재처럼 키가 다 자란 상태였기 때문이다. 애써 감동적인 에피소드 만들려고 하지 마... 감동적인 음악 넣지도 마... 이런 되도 않는 이유 때문에, 별거 아닌 이유로 21분이나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한 곳 쳐내면 아무리 길게 잡아도 2/3 정도의 시간이면 끝났을 것이다.




  두 번째론 가족끼리 전통이 있다면서 홀에서 1초도 머물러있지 않던 사람들이, 다같이 올라프 하나 찾겠다고 야심한 밤에 등불을 켜고 탈영병 찾듯 겨울 산속을 단체로 누비고 다닌다. 물론 그 뒤엔 해피엔딩이라서 그 장소에서 행복한 노래 부르면서 마을로 다들 돌아오지만, 마을 사람들이 엘사 한 마디에 갑자기 태세전환하는 것도 모양새가 영 아니었다. 가족끼리 시간 보내는 게 전통이라면서요... 애들에게만 통할 것 같은 우디르급 전환이었다. 군대 간부가 급하게 새벽에 모두를 깨워서 눈 치우라고 하는거랑 뭐가 달라.

  그 외에도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나는 <코코>를 보러 왔으니까^^ 관두겠다. 한 마디만 첨언하면, 스토리작가를 그냥 공모전으로 뽑든가 해라.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토이 스토리>와 <도리를 찾아서>를 만든 이력이 있다. 이 영화의 첫 번째 장점은 그들의 감동 포인트를 적절한 순간에 넣을 줄 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관객이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장면이 간간히 들어있고, 각자의 시야에 알맞은 감동 포인트를 넣었다. 전연령층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아이와 부모를 모두 공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픽사의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휴머니즘적 교훈은 빼먹지 않았다. 개봉한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고 늦은 시간에 관람한 탓에 모두 어른밖에 없었지만, 후반부에 가니까 다들 훌쩍이고 있었다. 눈물 참느라 고생했다. 픽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최종 트레일러 무비보다 <코코>를 더 잘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버전으로 올린다.

[스포일러 다시 경고: 스포일러 구석구석 많이 나와요!]

  하지만 초반부는 픽사답지 않은 모습에 굉장히 실망했다. 미구엘Miguel(주인공)과 그의 할머니인 Abuelita와의 대립이 너무나 기초적이고 단편적인 주제였기 때문이다. 미구엘의 할머니가 음악을 배척하는 태도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혹은 방침)이라 하더라도, 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고조부Great great grandfather가 음악을 위해 집을 나가버리는 그 세대에서 멈췄어야 한다. 즉, 현재 움직이기도 어려워하는 마마 코코Mama coco(리베라의 증조할머니)의 시대에서 멈췄어야 한다. 마마 코코의 어머니Imelda가 돌아가시고 나서, 마마 코코는 대체 무엇을 했길래 아래 손주들이 음악을 아직도 이렇게 심하게 배척하는 것일까? 마마 코코가 영화 후반부에 그들의 부모에게 안길 때 마마 코코만 머리가 새하얀 것을 보면, 마마 코코의 부모님(리베라의 고조모, 고조부)은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마마 코코는 손주들을 기를 때 그들이 음악을 배척할 때조차 아무것도 안하고 있던 걸까? 너무나 수동적인 여성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인 여성성은 그저 하나의 성격이라 크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음악을 내심 바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손주와 증손주들까지 음악을 싫어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진 않았을거라 여긴다. 스토리의 디테일이나 여성성의 고정관념 여부를 떠나서, 초반부는 그야말로 연결이 부족하다못해 끊어진 스토리로 극을 이어나갔다

  또한 미구엘이 뛰쳐나가게끔 만드는 할머니의 태도가 생각보다 매우 폭력적으로 비춰진다. 음악을 배척하는 데에 그정도까지 자지러지게 싫어하다니, 애초에 음악 영웅이 유명한 마을에서 그정도면 사실상 그들이 이사를 가야 정상이다. 마치 모차르트로 유명한 잘츠부르크에서 음악이 싫다며 집 주변에 연주하지 말라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구두 수공업으로 유명한 가문이기 때문에, 그들이 단체로 거처를 옮겨도 별 타격이 없다. 기타를 부수는 할머니를 보면서 아이에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길지 미구엘의 표정으로 역력히 드러났기 때문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에 도움은 되지만 이것 또한 너무나 뻔히 보이는 스토리였다. 할머니, 제발 그거 부수지만 마세요...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영화 초반에 맥이 빠졌다.

  따라서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의 원초적 대립 및 마마 코코가 가문에 지닌 위상을 통해 영화 초반부부터 굉장히 실망하였다. 픽사의 스토리라기엔 엄청난 오점 투성이었다. 유아층만을 위해 극적인 드라마를 써내려가려 노력한 흔한 국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이어받은 느낌까지 받았다.


미구엘의 할머니. 초반 활약은 거의 악당인 줄


  또한 초중반에 나오는 미구엘의 선조는 하는 역할도 거의 없었다. 메인 포스터에도 등장할 정도인데 왜그러지... 미구엘의 고조할머니가 미구엘을 쫓기 위해서 그녀의 알레브리헤Alebrije(멕시코 조각상과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상상 속 형형색색의 괴물을 현실로 표현한 것이다.)인 페피타Pepita가 어쩔 땐 굉장히 파워가 센 것으로 묘사되면서도 끝끝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초반 등장씬에선 뭐든지 다 처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무서운 동물로 비춰지지만, 영화 내내 간간히 비춰질 땐 미구엘의 발자국을 겨우겨우 추적하는 데에 급급하다. 구두닦는 약을 발견할 땐 발자국을 보며 오는 것을 묘사하지 않아서 냄새로도 그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추측하게 만들었는데, 딱히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반부에 그렇게 날쌔게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갑자기 귀여운 포지션을 담당하게 되는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날지 못하는 알레브리헤로 묘사되었다면, 관객은 선조들이 미구엘을 찾기 어렵다는 설정을 좀 더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미구엘이 행복할 때마다 그를 찾으려하는 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마침내 그를 찾을 때 보여주던 선조들의 태도를 보면서, 미구엘의 선조들은 그를 잃고 싶지도 않지만 음악하게 놔두게 하기도 싫은 복합적인 모습을 좀 더 표현해주었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그중에서도 중반부 이전의 고조할머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조들은 겨울왕국 21분짜리 영화 때문에 축소되어 표현된 것 같다. 픽사의 개성이 담긴 등장인물을 더 만나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후반부에 매력 발산하는 미구엘의 고조할머니


  마지막으로 비판하고 싶은 점은 미구엘과 동행하는 개인 단테Dante의 행동이 <모아나>의 닭 헤이헤이Heihei와 매우 흡사한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능낮은 애완동물이 보여주는 것은 대체적으로 주인공이 보여줄 원래의 의도와 맞지 않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거나, 뜬금없는 슬랩스틱을 보여주어 긴장된 영화 속 분위기를 완화한다. 그런 두 캐릭터가 너무 비슷해서 할 말을 잃었다. <모아나> 제작기를 보면 헤이헤이를 처음엔 좀 도도한 느낌의 눈매로 그리면서 이렇게까지 멍청한 느낌까진 아니었는데, 영화 속 스토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변경하였다. 이러한 느낌은 <코코>에서도 발견 가능하다. 미구엘은 그래도 꽤 신중한 편이었는데, 단테가 어디를 계속 헤짚고 다니고, 끊임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바람에 미구엘은 개에게 끌려가다시피까지 보인다. 단테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진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처음에 낯선 환경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미구엘의 성격은 알겠지만, 단테가 너무 막 나가서 우연성이 짙은 애니메이션으로 비춰졌다. 

  단테의 행동이 한 번 단테답지 않을 때가 있다. 단테가 미구엘을 한 번 말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는 갑자기 진지해져서는 눈도 풀려있지 않고 혓바닥도 내밀지 않은 채 그를 지긋이 응시한다. 이러한 면모는 평소 그답지 않기 때문에 극을 이끌기 위한 초보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단테와 너무 성격이 상반되어 표현되었다. 그저 이 사건을 빨리 진행하고픈 제작진의 고민이 보이지만 잘 풀어내진 못했다. 만약 이를 좀 더 확실히 해주고 싶다면 예를 들어서 단테가 예전에 부모에게 이렇게 버려진 기억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저버리지 말라고 이어붙인다든가, 미구엘과 예전에 이렇게 흩어진 적이 있는데 매우 힘들었다든가, 무슨 이유가 필요하다. 단테가 이렇게 갑자기 다른 등장인물처럼 구는 이유를 극 속에서 전혀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귀여우면 됐다. 아오 귀여우니까 봐준다


디즈니 <모아나>의 헤이헤이와 <코코>의 단테. 둘 다 정신 나가서 귀엽네 아주


  그러나 초중반까지의 실망감은 중반부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서 잊혀진 자의 '진짜 죽음'에 놀란 미구엘은 그때부터 스스로 성장한다. 단테에게 이끌려 수동적으로 이동하던 미구엘이 아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고조부를 보기 위해 자신과 열띤 경쟁을 펼쳤던 밴드에게 선뜻 나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든가, 고조부와 대화하기 위해 큰 홀에서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알리는 외침, 고조부의 영화와 싱크를 맞춰 단독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특성인 인물의 성장이 잘 드러났다.




  또한 고조할머니도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저버리기 전까진 고조할아버지처럼 음악하기를 좋아했다는 초반 얘기를, 중반부에서 이어서 설명한 후 후반부에 가선 그 해묵은 고민을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나 엄청난 인파가 몰린 가운데서 단독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다른 선조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으며, 나중 가서는 그것을 다른 인물과 유쾌하게 그려낸다. 중간에 자신이 얘기한 것이 진정성 있었음을 보여주는 순간인데, 이 영화에서 으뜸은 아니고 버금 정도로 적절한 떡밥회수 및 영화를 보는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원피스의 이 장면이 오버랩되는 때가 많았다. 아후 슬퍼

 

  중후반부에 가서는 충격과 감동의 연속이다. 누군가가 없어질 때, 등장인물의 진정한 모습이 밝혀질 때, 사건의 전말 하나가 꽤 충격적인데 그것이 간파될 때, 증조할머니와 증손주의 음악을 통한 교감, 서로 윈윈하는 미구엘과 일가족들. 이 영화는 사실 중후반부를 위해 초반에 그리 죽을 쑤고 있던 것이다. 특히나 감동포인트들은 이미 복선을 통해 쉽게 간파할 수가 있는데도 매우 슬프다. 충격적인 순간에 사운드를 최소화함으로써 관객들이 스스로 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배려가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에 관하여 이런 매력으로 풀어낸 것은 <코코>와 이에 앞서 상영한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 단편영화에 나오는 'That day of the year와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일관된 가치관으로 통일된다


미구엘과 그의 할머니. 영화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스틸컷이 더 짠해진다.


  이밖에도 초반에 마을 광장으로 달려나가는 미구엘을 비춰주는 구도가 픽사스럽지 않았지만 흥미로웠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구도였는데, 그가 달려나가는 시퀀스는 픽사에서 시도해본 것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미구엘이 기타를 훔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음악가 한 명으로 유명해진 마을(가이드가 단체관광객에게 설명까지 해준다.)에서 미구엘이 기타 하나를 빌릴 때 아무도 그에게 선뜻 빌려주지 않는 환경은 컨셉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처음에 구두를 닦을 때 빌려주려던 사람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총평을 하자면 겨울왕국이 코코의 상세한 부분을 설명할 시간까지 모두 빼앗아갔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버려야 할 수밖에 없는 속성들을 버리다보니, 숨겨진 설정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었다. 가끔 픽사스럽지 않게 수준 낮은 스토리텔링이 초중반부에 몰려있지만, 이것을 감안하더라도 후반부에 감동받아서 울면서 극장을 나올 수 있다. 특히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은 휴지를 일단 챙겨가자.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곡 'Remember Me'의 공식 lyrics video다. 미리 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가면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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