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열독] 표지에 아무 정보도 기재되지 않은 책을 출판하는 은행나무, 마음산책, 북스피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인터넷서점 알라딘 사이트를 보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바로 표지도, 유명한 사람의 추천사도, 글쓴이도, 프롤로그도, 심지어 제목까지 비공개한 채 세 곳의 출판사가 합심하여 세 권의 책을 예약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62048

  먼저 이렇게 한 계기를 세 출판사에서 살펴보면 해외의 비슷한 케이스로 성공한 사례들을 길거리에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주의 작은 체인 서점인 <Elizabeth's Bookshop>에서 벌이는 'Blind date with a book'(https://blinddatewithabook.com/), 옥스포드에 위치한 <Blackwell's bookshop>에서 벌이는 'novel surprise!'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Blind date with a book 사이트의 페이지 소개글이 재미있다. 우리가 중고등학생 때 학교 영어 수업시간에 닳도록 보던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다.

구글 검색화면.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영국 Oxford에 위치한 Blackwell's bookshop에 위치한 novel surprise 코너. 무슨 책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https://dailywrap.com.au/2016/07/10/reading-in-oxford/

  서점의 주인이 책 표지에 자신의 추천사를 손수 적은 띠지를 씌우고 판매하는 서점을 보았을 때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독일의 후겐두벨Hugendubel 서점의 '우리의 추천Unsere Empfehlung' 코너, 탈리아Thalia 서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후겐두벨 서점에 위치한 '우리의 추천' 코너. 책 위에 달려있는 메모지가 저기 가운데에 그려진 분들이 직접 코멘트하셨다. 보면 손글씨여서 글씨체도 다 다르다.) https://www.buchreport.de/2017/02/24/nicht-nur-viel-sondern-etwas-besonderes-bieten/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이번 한국의 세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개봉열독 기획은, MBC에서 2년 넘게 진행된 '복면가왕'처럼 사람들은 누군지 모르는 채, 사람들은 출판사의 의도만 믿고서 책을 구매하고 독서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출판사가 드러내는 자부심, 이런 특이한 기획에 참여하겠다는 재미, 더군다나 기획성 있게 잘 그려낸 표지까지. 물론 인터넷서점에서 많은 홍보가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알라딘 기준 모든 개봉열독 시리즈가 베스트셀러 순위 20위권을 기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이런 기획을 선보인 건 처음이기에, 이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 (최근 들여온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작은 우주들>조차 다른 공부를 핑계삼아 말 그대로 '1'페이지도 펼치지 못했다.) 그들은 다른 출판사가 확연히 더 잘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까지 똑같이 맞추었다(!) 만약 다음달에 내게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예약구매를 하고싶은 기획이다. 모든 것을 숨기는 마케팅이 다른 책보다 더 눈에 띄게 만든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발상이다.

참고한 곳 출처

국민일보 <제목도 저자도 없이… 색다르게 다가온 신간 3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5&aid=0000983501

은행나무 출판사 네이버 포스트 <'개봉열독'에 관하여, 혹은 '은행나무X'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037595&memberNo=1734867&vType=VERTICAL

마음산책 네이버 블로그 <저자, 제목, 표지 없는 <마음산책X>> http://maumsanchaek.blog.me/220973788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