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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리뷰/책

[은행나무, 북스토리, 살림 출판사] 위안부 망언 작가에 대한 출판사의 상반된 일처리

원남 2017. 4. 24. 18:39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소), <파프리카>(시달소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애니메이션 원작) 등으로 우리나라에 친숙한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최신 작품이 이번달 초, 돌연 출판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의 최신작 <모나드의 영역>은 2016년 12월에 나온 책으로, 4월 초에 출판이 중단되었으니 고작 4개월 만에 출판계의 종착역으로 달려온 셈이다. 인터넷서점에 들어가보면 이 책은 품절이 아니라 당당하게 '절판'이라는 글자가 새겨 있다. 이 화근은 그가 올린 단 하나의 트윗 때문에 일어났다. 그가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에 대한 망언을 트위터에 올린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망언을 입에 담기도 포스팅하기도 혐오스러우니 성적으로 매우 저급하고 치욕스러운 발언을 하였다고만 알고 있자.) <모나드의 영역>을 출판하던 은행나무 출판사, 몇 년 전에 <시달소>를 출판한 북스토리 출판사 두 곳은 이 트윗에 대한 반응으로 "전면 출판 중단", "국내 서점 판매 중지 요청" 등의 강행군을 펼쳤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7878385 ) 특히 은행나무 출판사는 공식입장을 내보이며 그의 발언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 http://ehbook.co.kr/25110 ) 츠츠이 야스타카가 트위터에서 선보인 특유의 정O 발언은 이전에도 몇 번 존재했으나, 단지 엔조(炎上, 블로그 등에서 코멘트들이 넘쳐나는 현상을 불이 타오르는 형상에 빗댄 일본 단어)를 위한 트윗이라면 정말 경솔한 짓이다. 우리에게 소녀상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그저 장작불 하나 더 지펴보고 싶은 관종인 셈이다.


출처 : 은행나무 출판사 http://ehbook.co.kr/25110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절판이 나기란 쉽지 않다.


  이 포스팅을 쓴 이유는 이 사람 때문이 아니다. 바로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국내 출판 소식을 시험이 끝난 지금에서야 들었기 때문이다. 3년 전쯤 그녀도 위안부에 대해 망언을 퍼부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금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위의 은행나무와 북스토리 출판사와 달리, <그리스인 이야기>를 출판한 살림 출판사는 대체 어떠한 생각이었는가? 참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출판사 웹사이트에는 자랑스럽게 편집자 추천이라는 버튼까지 옆에다가 달면서 그녀의 책에 집중해달라고 소리친다. 



화제의 책 첫 번째 메인배너로 그녀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는 살림 출판사



자랑스럽게 편집자추천 태그가 걸려 있다.


  예전의 시오노 나나미였다면 출판사가 (이 사람이 어떤 잘못을 했든지간에 인지도로만 보았을 때) 눈 한 번 딱 감고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판을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작가였다. 20년 전쯤의 그녀는 지금의 위상과 달리 국민작가 수준이었기 때문에, <로마인 이야기>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한길사는 자신들이 꾸준히 냈던 출판신뢰도뿐 아니라 시오노 나나미의 출판 계약권을 하나의 '담보'로 인정받아 대출받기도 했다.(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0148062) 그만큼 20세기 후반에 우리나라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위용은 굉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 문제인가? 출판하기 2-3주 전에 이러한 망언을 한 것도 아니거니와, 적어도 3년은 훌쩍 지난 얘기를 출판사에서도 모르지 않았을 터. 살림이라는 출판사는 <시크릿>, <미 비포 유>, <편의점 인간>, <마지막 강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법> 등 자기계발서와 소설에 두각을 보여왔다. 특히 <시크릿>의 경우 우리나라를 한 번 흔들 정도로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출판사를 알리기 위한 방도로 시오노 나나미의 신작출판을 결정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인가. 출판사의 추가적인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전까지 <그리스인 이야기>를 구매할 용의가 없다. 미안하다.

  위안부 망언에 대해선 출판계의 오랜 숙원인 표절 문제, 마케팅 상술로 인한 베스트셀러 만들기 등의 도덕적인 잣대와 궤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출판사는 자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작가 측과의 계약을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한다. 단지 그녀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혹은 책이 많이 팔릴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채택한 것이라면, 오늘도 내가 선택할 출판사를 하나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은행나무 출판사의 소개 페이지의 문장을 인용하겠다.

http://ehbook.co.kr/about

은행나무출판사는 한 명의 독자라도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책, 많은 독자들이 함께 교감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잎과 열매가 모두 유용하면서 생명력이 강한 은행나무처럼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깊이 남는 좋은 책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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