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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 기록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종리허설 본문

해외여행/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종리허설

원남 2017. 10. 21. 10:00


  학생 연합Studentewerk Muenchen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종리허설Muenchen Philharmoniker Generalprobe에 다녀왔다. (네이버 검색결과에 보면 뮌헨 필하모니보다 뮌헨 필하모닉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여서 뮌헨 필하모닉이라고 쓰겠음.)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뮌헨 필하모닉 홀에 직접 찾아가서 듣는 건 처음인 데다가 클래식도 잘 모르기 때문에, 학교 선배인 H형에게 조언을 구했다. 형은 내가 한국에서 출국할 당시 '원남이는 뮌헨으로 교환학생을 가니까, 뮌헨 필하모닉의 연주를 한 번쯤은 듣고 오는 게 좋은 경험일거야.'라고 말해주었다. 클래식에도 조예가 있는 형이라서 리허설을 신청하자마자 즉각 조언을 구했다. 형은 쏘스윗하게도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곡마다 친절한 해석을 해주어서, 리허설을 볼 때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음 여기서 터지겠군.', '지금 몇 악장으로 넘어갔군' 등의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땡쓰땡쓰. 만약 나처럼 클래식에 문외한인데 공연을 가게 된다면, 주위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 붙잡고 도와달라고 하자. 연주하는 사람들이 뮌헨 필하모닉이라고 말한하면, 클래식 좋아하시는 분들이 올ㅋ 하면서 가르쳐주실 것이다. 좀 뒤에 써놓겠지만, 학생으로서 뮌헨 필하모닉의 연주를 만 오천원 정도면 본 공연을 앞자리에서(자리가 남았다는 가정)도 들을 수 있다.

  지휘자Dirigent는 현재 뮌헨 필의 상임Valery Gergiev였고, 피아노Klavier 연주는 denis matsuev가 맡았다. 지휘자가 런던 심포니 수장이었던 경력이 있고 살아계신 분들 중에선 알아준다고 한다. 실제로 지휘자가 리허설 당시에 지휘할 때 내겐 뒷모습만 보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포스가 느껴졌다.



본 공연은 20일에 하는 것이었고 나는 19일에 했던 최종 리허설을 관람하였다.



흔한 20대 남자에게 해주는 친절한 클래식 강의



뮌헨 필하모닉의 홈페이지의 소개 페이지다. 오른쪽에 보면 곡 소개를 볼 수 있는데, 총 3곡으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다.



다른 티켓의 등급색 표시지만, 가격은 내가 들은 공연의 본 공연에 관한 가격이다. 내가 앉은 자리는 2번째로 괜찮은 구역이었나보다. (S까지는 아니고 한 A정도?) 내가 앉은 자리는 정가Normalpreis가 62.4유로지만 학생에겐 12.4유로다. 학생에게 무지 자비롭다.




F열 9번째 줄 16번에서 들었고, 내가 앉은 자리를 빨간색으로 칠해두었다. 실제로 보니까 그리 멀진 않았다. 그러나 측면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모든 악기가 동시에 움직여지는 게 잘 보이지 않았다. (우측에 계신 오케스트라 분들이 측면밖에 보이질 않아서 바이올린 움직이는 게 거의 보이질 않았다. 뒤쪽에 사진 첨부.)





S반을 타고 로젠하이머 광장역Rosenheimer Platz Station에서 내리고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



리허설은 다른 사람을 초청하는 장려 프로그램이 많은 탓인지 노인 분들께서 압도적으로 많으셨다. 다들 백발이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자리에 앉아도 서로 어딨는지 금방 들통이 날 정도였다.



입성하러 갑니다. 홀에 들어가려고 하니 직원분께서 내 티켓을 함 확인하시더니, 나보고 리허설 잘 보라고 말씀해주셨다.



Preis 0.00 EUR라니 행복하다



  내가 앉은 좌석에서 볼 때 실물크기는 이정도다.(실사와 비교하며 촬영하였으니 이정도가 맞다.) 오케스트라 좌측에 있던 콘트라베이스 등은 굉장히 잘 보였지만 오른쪽에 위치한 바이올린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구역따라 돈을 다르게 받을만 한 것 같다.

  내가 집에서 같은 음악을 들었을 때와 달랐던 건 역시 음악의 볼륨이 아니었나 싶다. 생각만큼 귀에 박힐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나올 땐 살짝 잘 뻔 했다. 그리고 연주를 경청하시는 분들이 내뱉는 기침이라든가 의자에서의 뒤척임에 대한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오선지에 기록을 남긴다치면 표시라도 해둘 만큼의 소리였으니. 오늘 처음으로 홀 안에서 연주를 들어보았지만, 존 케이지가 어째서 4분 33초동안 홀에서의 소리만으로 오선지의 TACET을 덮으려는 시도를 했는지 알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피아노 치시는 분이 내가 앉은 자리에서 잘 안보여서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잘한다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었다. 할 만큼은 하고 들어간다는 느낌. 운명 교향곡 3악장을 연주하다가 지휘자가 돌연 연주를 멈추고 단원한테 뭐라뭐라 하시더니 2번 정도 다시 시작하였다. 최종 리허설까지 수정할 게 있는 오케스트라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저렇게 잘 뭉쳐서 연주를 하나... 어렵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한 경험이다. 내 눈에 들어왔던 분들은 지휘자, 수석 바이올린, 플룻, 오보에 연주자였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는데 유난히 몸을 움직이면서 음악이 흘러가는 대로 연주하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를 하는 거고 일을 하는 건데 저렇게 표현이 가능하다니 호오 

  제일 좋았던 건 운명교향곡 4악장이었다. 일단 내가 집에서 한 번씩 다 들었을 때 1악장보다도 더 멜로디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다같이 연주해야 하는 부분에서 앞서 나왔던 멜로디(운명)와 다툰 끝에 (정면돌파가 아니라) 옆으로 살짝 총알을 피하는 느낌으로 연주해줘서, 너무 센 걸 안 좋아하는 내가 이 곡을 듣기에 한결 편했다. 연주가 강렬했지만 이상하게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S반은 공항 때 이동할 때 빼고 안 타본지 꽤 되어서 S반 탈 때부터 조금 긴장했는데, 오늘도 뭐 하나 성공한 기분이 들었다. 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