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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 기록
뮌헨공대 교환학생 서류작업 2017 (2) 지로콘토Girokonto 본문
[이전 글]
2017/10/08 - 독일 뮌헨공대 교환학생 서류 (1) 기숙사 입주과정
2017/10/10 - 뮌헨공대 교환학생 서류작업 2017 (1) 안멜둥 Anmeldung
먼저 독일 현지에서 계좌를 만들어야 "독일 카드만 허용하는" 가게에서 카드결제를 할 수 있다던가, 한국 은행에서 한 번 더 결제되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교환학생들은 꿈과 희망만 가득하기 때문에, 아직 비자도 없는 우리들이 기숙사비를 낸다든가 보험비를 낼 땐 현지 은행으로 내야만 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는 교환학생으로서의 기초서류작업을 끝내는 2번째 단계로 지로콘토Girokonto, 사람에 따라서 슈페어콘토Sperrkonto까지 만들어야 한다.
지로콘토Girokonto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일반예금이 가능한 계좌를 뜻한다. 슈페어콘토Sperrkonto는 이러한 지로콘토에 매달 한계치를 설정해놓아서, 매달 일정 금액까지만 인출할 수 있게 묶는 계좌를 뜻한다. 뮌헨에 사는 흔한 교환학생으로서 나는 먼저 지로콘토를 만들기로 했고, 슈파카세Sparkasse든 도이치방크Deutschbank 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애초에 슈페어콘토는 지로콘토를 묶는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지로콘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슈페어콘토의 흥미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지로콘토가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잘 모를 때는 그냥 남들이 하는 유명한 걸로 하면 되지 않는가? 나 또한 그랬다. 나는 가난하니까 연회비가 없다고 알려진 슈파카세의 청년계좌(융에콘토)Jungekonto를 만들었다.
[ 사진출처 : https://www.sskm.de/de/home/produkte/konten/girokonto-fuer-junge-leute.html?n=true ]
슈파카세의 인터넷 홍보에 보이는 것과 같이 융에콘토는 계좌개설 및 유지할 때 돈이 안들고, 직불카드(체크카드)형식으로 계좌 내의 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며, 슈파카세의 어떤 지점에서든지 돈을 무료로 인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abheben은 3격과 같이 쓴다는 걸 잊지 말자...)
바보처럼 그냥 지점에 가서 만들면 될 것을, 한국처럼 인터넷으로 계좌를 개설해보겠다고 난리를 벌이다가 쓸데없는 과정을 하나 더 추가하고 말았다. 인터넷으로 만들면 우편이 날아오는데 거기에 서명을 해야만 "지점에 가서 현장에서 만드는 절차"가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왜 인터넷으로 개설하려 들었을까, 한날 한시가 바쁘고 귀찮은 교환학생인데... 우편을 한 번 더 기다릴 순 없다. 나란 놈 정말... 결국 이것을 위해 지점에 상담까지 거쳐서 독일어로 1:1문의(상당히 빠르고 친절하시다.)한 결과, 만약 고객이 인터넷으로 계좌신청을 한다면 곧바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 사실상 계좌를 만들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에 그냥 지금 당장 지점에 가서 만들라고 추천해주셨다.
1:1 답변해주신 스윗한 슈테판님 : 온라인으로 계좌를 신청할 때 바로 개설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고객님은 아직 계좌가 없는 것이고, 지점에 가셔서 계좌를 개설하실 수 있습니다.
(끝나고 Vielen Dank를 2번이나 말씀드렸다. 답답한 내 독일어에도 이렇게나 친절하시다니.)
기숙사 근처에 있는 슈파카세에 가던 도중,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학교 후배와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약속Termin(테어민)을 어제 잡고 왔다는 것! 그렇다. 내가 은행에다가 계좌를 만들어서 돈을 넣어주겠다는데도, 독일은 그런 걸로도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하는 그런 곳이다. 그렇지만 평일 오전 11시엔 아무도 뭐도 없을거라 당당하게 생각하고 은행 문을 열었다. 학교 후배는 편안하게 "예약한 사람 맞냐"며 직원분이 환대해주시는데, 나는 약속이 없는 채로 당당하게 계좌 열고 싶다고 했으니...
(오래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이 있으신) 직원 : 어서오세요
나 : Jungekonto 새롭게 만들고 싶은데요.
직원 : 약속Termin 잡으셨나요?
나 : 아니오^^? (다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교환학생처럼 대답. 천진난만한 표정이 매우 중요.)
직원 : ㅡㅡ^ (1분 뒤) 잠시만요.
왜 교환학생에게 약속이 좀 더 중요하냐면, 교환학생은 독일어를 현지인만큼 하기 어려운 데다가, 금융 관련한 얘기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다시 말하자면 내가 간 시점에 은행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모두 다른 고객과 상담중이라서 없다면, 교환학생 입장으로서는 방문한 것이 헛발길질인 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6개월 공부한 것으로 비벼보겠다는 야심을 눈빛으로 쏘아댄 덕택인지, 끝방으로 오라고 손짓하며 내게 탄산수(!)를 건네주었다. 1분 전까지 표정 일그러지더니 탄산수 꺼내주는 당신의 모순적인 면모는 대체.... 계좌 열 땐 만국공통으로 착해지시는구나.
영어가 더 편하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냥 독일어로 듣겠다고 했다. 그래, 그래야 약속 없이 계좌라도 개설하지.
준비물
1. 여권
2. 거주지등록증(안멜둥Anmeldung)
(+ 혹자는 재학증명서Immatrikulationsbescheinigung를 챙겨갔다고 하는데, 나는 위의 2가지만 필요하였다. 혹시 모르니 준비해가자.)
직원 분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오게 되었는지" 여쭤보셔서 "교환학생으로 1년동안 왔어요." 라고 말해야 한 것을 보면, 이곳에서 왜 거주하는지, 얼마나 거주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마 Immatrikulationsbescheinigung을 챙겨가는 게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마지막에 내 계좌를 만들었다는 서류에 보면 내 직업Beruf가 Informatikstudent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다른 직원이었다면 재학증명서를 필요로 하는 점이 몇 군데 보인다. 이외에도 한국에 세금은 내는지, 재정적 지원을 받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여쭈어보셨다.
후배는 젊은 직원께서 타이핑을 빠르게 휘두르신 덕분에 지로콘토를 개설하는 데까지 25분 정도만 소요되었으나, 나는 서류가 복사될 동안 직원과 입을 털어서인지 무려 40분이나 걸렸다. (자기 친구는 독일인이랑 결혼해서 4년 전부터 독일에 거주하는데 아직도 독일어를 하나도 못한다 류의 썰을 서로 주고 받았다.)
[2017. 10. 10. 내용추가]
알고보니 나는 온라인뱅킹까지 함께 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교 후배는 결국 온라인뱅킹을 위해 다시 테어민을 잡으러 여행을 떠난다고 답했다.
나는 좀 더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아마 온라인뱅킹 개설까지 겸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이것 또한 돈이 안든다고kostenfrei하니 참고하자. 서류 속 수많은 싸인텃밭에 고개를 양옆으로 세차게 흔들고 싶었지만, 나는 비자가 없는 비루한 교환학생이라서 그것들에 잠자코 싸인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로콘토는 약 열흘 뒤에 내 우편함에 우편으로 카드와 pin번호가 나올 것이고, 이것을 가지고 가야만 슈페어콘토를 개설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IBAN코드와 BIC코드만 존재하기 때문에, 내 계좌로 이체를 통한 입금은 가능하지만, 출금이나 타 계좌로의 이체는 어렵다고 한다. 개미지옥 같은 독일계좌... 대체 누굴 못 믿어서 계좌를 만드는 데에만 열흘이 걸리는 거야
이 글을 포스팅할 땐 슈페어콘토를 당연히 만들어야고 생각하면서 작성했지만, 계좌를 만들고나서 다른 교환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지로콘토에 돈이 빠방하게 들어가있어도 별 문제는 되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느린 행정절차를 내 눈으로 다시 볼까 말까, 슈페어콘토 한 번 만들어보는 남자가 되어보고 싶었으나 비자라도 만들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해질까 싶어서, 슈페어콘토 개설은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 만약 비자를 만들 때 재정보증을 이유로 거절당하면 그 때 만들어야지. (독일은 난민 문제로 시끄러워졌기 때문에 최근 현지 유심을 개통할 때조차 여권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알디Aldi의 유심을 샀는데 화상채팅으로 여권을 보여주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창피하다.)
다 끝나고 나면 서류철Mappe(마페)을 하나 준다. 처음엔 마페가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것이었다. 안에 서명한 종이들로 수북하다. 서류덕후 독일...
[2017. 10. 10. 내용추가]
저번 주 금요일 오전에 신청을 계좌 개설을 완료했다. 정말로 이 계좌를 100% 내 것처럼 쓰기 위해서는 내 계좌가 연동된 카드, 그리고 초기 PIN번호가 다른 우편에 각각 내 집으로 발송되어야 한다. PIN번호가 있어야만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없으면 카드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다녀오신 분들이 하나같이 얘기하는 게 카드가 발송된 후 1주일이 지나서 PIN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총 2-3주는 걸릴 것이라 했다. 아오 귀찮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두 개의 우편이 주말포함 단 5일만에 PIN번호와 카드가 같은 날에 우리집 우편함으로 날아왔다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온라인뱅킹 전용 카드와 PIN번호였다.
앞에 있는 것은 내 지로콘토가 연동된 온라인/해외전용 신용카드(X-tension은 카드 종류 중 하나고, 외국 여행시 일정 금액의 보험이 적용되는 등의 소소한 혜택이 있다.)고, 뒤에 편지에 빨갛게 되어있는 것은 초기 PIN번호가 담겨 있는 편지다.
[2017. 10. 17. 내용추가]
덧글에 질문해주신 분이 계셔서 덧붙여 쓴다. 지금은 위의 사진(파란색 X-tension, 신용카드)에 해당하는 카드/PIN번호, 내 체크카드(하얀색-빨간색이 어우러짐)와 이에 해당하는 PIN번호, 총 4개의 편지가 왔다. 온라인 이체하는 방법은 먼저 push-TAN 어플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온라인으로 이체할 때마다 push-TAN에서 부여해주는 번호를 쳐야 한다. OTP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push-TAN 어플 활성화할 때 필요한 QR 코드는 온라인뱅킹을 만든 직후 서류철 틈에 online nummer를 적어준 페이지가 있을 텐데, 그 뒷페이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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