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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 기록
독일 프랑크푸르트 여행(3) 슈테델 미술관 본문
[이전 글]
2017/09/28 - 독일 프랑크푸르트 여행(1) (공항, 중앙역, StrahMann, Wacker's Kaffee)
2017/09/30 - 독일 프랑크푸르트 여행(2) (현대미술관 및 괴테 생가를 중심으로)
MMK와 괴테 양이 꽤 되었고, 슈테델은 스케일이 남다르기 때문에 게시물을 또 한 번 나누었다. 슈테델 미술관의 비용은 일반 성인 14유로이며 학생 12유로로, 흔한 여행자에게 극악의 비용을 자랑한다. 다른 박물관이라면 학생에게 보통 반값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이 박물관도 학생에겐 10유로 정도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불평하였다. 그러나 둘러본 결과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왜 12유로를 받는지는 알겠다. 계속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건물의 방대함, 소장하고 있는 그림의 스케일, 게다가 그림마저도 네임드... 다시 말하면 유명한 사람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관보다 더 현대적인 느낌의 설치미술도 지하에 많이 있었고... 여러모로 국보급 박물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일단 다 모아놓았으니까 이만큼 돈을 내놔"라고 하는 느낌이어서 그 점은 맘에 들지 않았다. 조금만 더 주제를 좁히고 자세하게 풀어나가다면 훨씬 전문적이고 깨닫는 게 많은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크루즈? 같은 것도 이 강을 따라 하루에 6번 운행이 되는데, 나와 시간이 맞질 않아서 패스했다. 가는 시간에조차 선박 시간과 안맞아서 배도 안 보인다. 아쉽.
슈테델 미술관은 다른 미술관과 다르게, 엽서를 팔 때조차 A부터 Z까지 작가 이름을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해놓았다. 다른 곳은 삥삥 돌리게끔 엽서를 10-20종류로 돌려막는 반면에, 여기는... 박물관에 소장된 그림들이 뿜어내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다른 박물관의 엽서 판매는 어느정도 중복 있게 걸어두는 반면, 이곳은 하나도 중복되는 것 없이 패기있게 이 넓은 화면을 꽉 메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별로 없다.
이분을 찍으려던 건 아닌데 동전 꺼내려다가 버튼을 눌렀는지 계셔서 설명해보겠다. 아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이 분은 현지인으로 보인다. 내가 앞사람이 주문한 크랜베리? 라즈베리 타르트를 보고 굉장히 맛있어보여서 주문하려고 ~~Torte bitte(타르트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는데 Tor...? 라고 답변해주셨다. 내 발음교정이 시급함을 몸소 가르쳐주신다. 그래서 또박또박 읽었더니 여차저차해서 가져다주셨다. 마지막에 오늘 하루 잘되세요라고 Enjoy 어쩌고저쩌고 하셨는데, 뉘앙스가 마치 여기서 잘 살아남으라는 무언의 응원 같았다. 그래서 흑흑 조금 슬펐지만 위로를 받았다. 3.5유로짜리 타르트 먹으면서 다시금 힘을 얻었다.
그리고 슈테델 미술관에 들어가기 직전인 이때 내가 아는 조각가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예술과 문학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선생님과 응원을 주고받으면 미술과을 볼 힘이 생길 것 같았다. (그런다고 내가 조각을 더 잘하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선생님께선 "독일은 정말 추워. 무릎이 정말 아플 정도. 내복 많이 챙겨 가." 등의 대화를 나누며, 특히 유니클로의 히트텍으로 하나되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덕분에, 힘내어서 슈테델 미술관을 전부 다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참이다. 너무 고되다.
저번 게시물에 말했던 허벅지 드러내는 괴테 그림인 <캄파니아의 괴테>다. 괴테 친구 티슈바인이 그린 것이고, 민음사에서 출판한 괴테의 <파우스트> 표지 또한 이 그림이다. 지금은 바뀌었을라나? 여기서 이 그림이 담긴 엽서를 사면 1.2유로다. 손해야 손해. 이탈리아 여행 중 로마를 보는 그림이다.
르누아르의 그림이 꽤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유명한 그림 <점심식사 이후>(<뱃놀이 점심>과 헷갈려선 안 된다.). 그리고 이 그림이 제일 르누아르 스타일이 담겨 있다고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서 찍었다. 보면 마음이 좀 평온해지는 기분.
지하 1층에 가면 다니엘 뷔랑의 Les Portes(1985)를 구경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문이라는 뜻이다. 중간으로 지나가도 된다. 그의 줄무늬 사랑은 멈추질 않는다.
슈테델 미술관에서는 이 작품이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작품명 써놓은 사진이 날아갔다. 얇은 선들이 계속 지나가면서 나름의 규칙적인 모양을 그려내고 있다.
마티세의 특별 전시도 지하에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선 <댄스>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 내가 생각한 제일 멋진 그림은 이 연습한 것들의 완성본인 <Large Reclining Nude(Pink nude)>였다. 나의 안목이 맞았는지 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마티세 특별전에 대표작으로 소개된 것 또한 이것이었다. (그래도 <댄스>만 못할 것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6개월간 연습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에 보면 사람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나중에 갈수록 사람을 평면화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티세는 등1~4이라는 조각품을 통해서도 입체에서 평면화를 시도했다.
마티세 특별전을 계속 둘러보고 있다가 약간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다. 한 커플이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피카츄'라는 말을 남기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그 주변엔 나만 아시아인이었는데 일본인이라고 착각했나보다. 피카츄는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색도 노랗기 때문에 나를 비아냥거리려고 불렀나보다. 일단 좀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인종 관련한 발언을 듣는 건 처음이었고, 게다가 여기는 12유로짜리를 내고 와야 하는 나름 비싼 장소인데... 이딴 곳에서도 저 말을 들으니 좀 어이가 없었다. 그냥 웃으며 넘어갔지만, 도라에몽의 진구 같았다든가 더 심한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면 그자리에서 스태프한테 일러바쳤을 것이다. (비싼 작품이 많아서 그런지 거의 방 2개당 스태프가 한 분씩 존재한다.) 왜냐하면 나는 만 오천원이나 내고 여길 들어왔으니까... 다른 사람도 만약 이 미술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근처에 할거 없어서 히히덕대고 있는 직원들에게 말해주자.
내가 슈테델미술관에서 산 2개의 엽서 중 하나다. 코린네 바스무트Corinne Wasmuht의 <배리어Barrier>다.더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구조가 살아있으며, 마치 어지러움 속에서도 구별지을 수 있는 무언가를 나타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옆으로 길게 뽑아내어 표현한 게 마치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는 사진 같이 보이려고 노력한 듯 싶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작품을 하나만 더 꼽자면 헤수스 라파엘 소토Jesús Rafael Soto의 <Vibration>(1961)이라는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해석과는 좀 다르겠지만, 내가 해석을 보지 않고 생각한 이 작품의 메인 주제는 왜곡이다. 얼핏 옆에서 보면 철사들의 뭉치로 보이지만, 정면에서 가까이 보았을 땐 TV가 지지직하는 형상으로 철사가 원래의 모양과는 전혀 다르게 보여지는 착시를 자아낸다. 나는 이것을 사람에게 대입해본다면, 마치 사람의 언행이 누군가의 프레임에 덧씌워진 이후엔 그 사람의 본래의 언행의 의도, 심지어 그 언행 자체까지도 프레임에 의해 왜곡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철사는 내가 정면을 보고 이동하면서 마치 Vibration, 중간의 철사가 스스로 진동한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은타인에 의해서 일어난 진동이 내 주장과 나라는 특성이 주변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 올곧이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로 들렸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이 작품에 서서 5분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집에 가서 찾아보니 왜곡된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내 생각과 일치했다. 미술에 큰 흥미가 전혀 없는 내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생각했는데 작가와 생각이 비슷해서 일단 기분이 좋았고,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작품에 감명을 받고 하나의 작품에 계속 서본 것만으로도 교훈을 얻었다.
오는 길에 너무 예쁜데 중국분들 왜이렇게 시끄러움... 조금만 더 조용히 좀 해주세요 내가 다 비난받는 느낌이잖아... 차별 안하고 선입견 안 가지고 싶은데 이러면 진짜 차별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 같으니까 제발...
숙소로 오는데 홀프아인다리도 맘에 들고 날씨도 좋아서 찍었다.
REWE to go(우리나라로 따지면 이마트 익스프레스)에서 찍은 청포도. 우리 대학교 학관 청포도는 이것의 절반인데 왜 가격이 같은지 모르겠네? 그렇다고 이것만 비싼 것도 아닌데 하...
슈투트가르트로 고고 그러나 슈투트가르트가 제일 아쉬운 곳임을 왜 그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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