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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 기록
2부 공학자 네베클로프스키의 보편적인 다뉴브 강 23. 종려나무로 만든 당나귀 본문
p.148-149
소제목에 대해서
영문판 제목은 Palm Sunday Ass다. 이를 한국판에서는 "종려나무로 만든 당나귀"라고 해석하였다. 물론 영문판도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의역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sunday라는 의미가 한국판에서 사라졌다는 건 좀 이상하다고 여겨진다. <다뉴브> 한국어판은 세계사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도 주석없이 거침없이 넣던 것을 유념해본다면, 굳이 sunday가 빠질 일은 없어보인다. 대신에 '종려주일의 당나귀'는 어떨까? Plam Sunday는 종려주일이라는 뜻으로 십자가 죽음을 위해서 나귀를 타고 예루사렘으로 입성한 날을 기념하는 주일을 뜻한다. 이와 관련된 내용 중에 '호산나 호산나'라는 찬송가 2절에 보면 "만왕의 왕 주 예수 나귀를 타시고 아이들 노랫소리 다 받아주신다"가 있다. 당나귀를 종려나무로 만들었다는 건 나무조각상을 생각하기 쉬우니까 제목으로서 옳지 않다. 해당 소주제의 내용은 당나귀가 영광스럽고 긍정적인 면모가 넘쳐나는 동물로 묘사되기 때문에, 종려주일에서 우대받는 당나귀가 소제목에 등해야 맞다. 종려주일은 해당 종교에 지식이 있지 않으면 잘 모르니까 주석으로 넣어준다면 조금 더 매끄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148
이 전통에서 주인공은 당나귀인 듯하다. 학대당하고 멸시받던 동물 당나귀는 이런 영광을 받을 만하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당나귀를 천시해왔다. [...] 삶은 자신을 도와준 자에게 감사할 줄 모르고 불공평하게 대한다. [...] 삶은, 무미건조한 현실보다는 빛나는 운영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길을 걷는 당나귀보다는 에스컷의 경주마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당나귀는 몸집도 작아서 멍청한 속성으로 많이 놀림받고, 노새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아온 건 맞다. 영국 남부에 있는 애스콧(애스컷)의 경마장이 매우 유명하다. 크리스마스 기념 경마티켓 중 가장 저렴한 비용이 18파운드나 한다^^ 무슨 비용이길래 이러지
p. 148-149
그래서 당나귀는 고대 로마 아폴레이우스 시대부터 성적능력 면에서도 높이 평가되었다. 18세기 뷔통도 연구했던 이 성적인 힘은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데나 좋은 황소의 거만함이나 수탉의 불쾌한 남성색정증이 아니라, 삶을 대변하는 그 조용한 힘, 겸손한 힘의 일부다. 아폴레이우스의 소설 「황금당나귀」에서 아름답고 까다로운 코린트 귀부인이 했던 찬사는 당나귀에게 가해졌던 모욕적인 말들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마라케시의 목소리」에서 매질을 당하고 지친 당나귀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 것을, 천시당하고 업신여김받던 모든 사람이 복수라도 하려는 듯 힘차게 박차고 일어서는 것으로 묘사했다.
아폴레이우스 Apuleius가 쓴 <황금당나귀>는 고대 로마시절 쓰여진 소설로, 남아있는 근대 이전의 소설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근대 첫 소설은 11세기 일본작품) 귀부인이 했던 찬사는 책을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81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그의 저서 <마라케시의 목소리>는 우리나라에 유명하진 않지만 마라케시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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