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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 기록

1부 홈통 문제 12. 지크마링겐 성의 안내원 본문

공부/<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읽기

1부 홈통 문제 12. 지크마링겐 성의 안내원

원남 2017. 1. 28. 15:00



  지크마링겐 성은 위의 지도를 보면, 도나우 강에 둘러싸여 있는 형상이란 걸 알 수 있다.


P. 65

  이 성벽 안에서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세계대전을 겪었고 전쟁의 악몽과 학살을 체험했다.

  루이페르디낭 셀린Louis-Ferdinand Céline은 비속어를 문학작품에 넣어서 약간의 파장을 일으켰고 <밤의 끝으로의 여행>(1932)으로 유명하다. 그가 쓴 1957년 작품 <성에서 성으로D'un château à l'autre>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 챕터에서 셀린의 내용이 다수를 이루므로 꼭 한 번 검색해보고 읽길 바란다.


<Understanding Céline>(Philip H. Solomon 著, 1992) P. 106

  The first installment, Nord(North), published in 1960, will recount the initial stage of his flight to Copenhagen. Although one might consider this subversion of chronology as a deliberate reflection of the chaotic period the trilogy descries, Celine himself has indicated his desire to attract a larger audience with a first volume that would depict the notorious officials of the Vichy government. His prognostication proved correct.

  밑줄 친 문장을 보면, 셀린은 스스로 비시정부의 악명높은 면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그가 이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3부작(뒤에 계속 설명됨)을 적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 66

  퇴각하는 독일군을 따라온 프랑스 비시정부 협력자들, 즉 페탱 장군과 그 정권의 첫 총리인 라벨 장군의 비현실적이고 무력한 궁정에 자리를 내주며 1944년 한밤중에 쫓겨나기도 한다.

  프랑스 비시정부는 나치 독일이랑 협정을 맺었을 당시 비시라는 수도를 중심으로 존재했던 프랑스 정부다. 그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원수'라는 칭호 받던 페탱장군이랑 총리였던 라벨 장군이 비시 정부를 이끌었고, 1944년 8월에 독일로 압송되어 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갇혀있었다.

P. 67

  잠시 후 몇몇 방을 가리키며 라발의 숙소였다고 말했다. '비시'니 '라발'이니 하는 이름이 그녀의 기억에서 번쩍 떠올라 구구절절 날짜와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했지만 페탱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에 라발이라는 도시도 존재하지만, 앞 문장을 읽어보았을 때(라발의 숙소) 사람의 이름이다. 피에르 라발Laval은 비시정부 당시 페탱 아래서 부총리를 역임한 인물이다.

P. 67

  사실 그의 책은 나름대로 일종의 베데커 여행안내서, 역사 개론서다. 적어도 셀린에게는 그의 광폭한 망상을 정리한 책이다. 그는 『북부』에서 10년 안에 사람들은 페탱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잡화점 이름과 혼동할 거라고 예언했다. 

  베데커Baedeker 여행안내서는 칼 베데커가 창시한 여행 가이드북이다. <북부Nord>는 그의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셀린이 코펜하겐으로 가는 초기 때의 내용이다.

P. 67

  셀린이 아내 뤼세트, 친구 라비그, 그리고 고양이 베베르와 함께 대독 협력자들과 다른 도망자들 사이에 끼여 여러 국적의 망명자가 혼재해 있는 지크마링겐에 머무를 때, 라디오런던은 그를 '인간의 적'으로 지목했다. 

<Louis-Ferdinand Celine. (1. Publ.) - London [usw.]: Faber & Faber (1979). 249 S. 8°>

(Merlin Thomas 著, New Directions Publishing, 1980) P. 182

Added to this was the fact that Celine and his wife fled from France in 1944 to Germany, en route for Denmark. He made no secret of his reasons for this--self-preservation. He had been listed--wrongly, I think--by the BBC as a notorious collaborator, and had received many threats from the Resistance movement.

  영어판 다뉴브에는 라디오런던이 B.B.C.로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도 BBC가 더 친숙한데, 굳이 라디오 런던으로 해석했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

  또한 셀린에 대한 1980년도 출판물에 따르면, BBC에서 셀린을 notorious한 협력자라고 (다뉴브 책과 마찬가지로) 증언하고 있다.

P. 68

  몇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강의 만곡부와 제국의 전통을 갖춘 저 아래 다뉴브 강이, 셀린에게는 부패한 역사의 강이거나 악행과 만연한 폭력에 물든 부패한 강인 듯했다.

  다뉴브 강이 3면으로 주변에 흐르는 지크마링겐 성과 그 근처의 일들을 보고 끔찍하게 여긴 셀린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P. 68

  하지만 그의 외골수적 생각은 변질되었고 결국 역사에서 두드러진 모든 배우, 즉 히틀러와 레옹 블룸 같은 인물을 동일선상에 놓고 말았다.

<Céline and the Politics of Difference>(Rosemarie Scullion 외 著, UPNE, 1994) P. 48

the other is Hitler's ascendency to the German Chancellory in January 1933. "I would like to make an alliance with Hitler," Céline notes, "he does not like the Jews and neither do I". "I would prefer twelve Hitlers," Céline concludes, "to one omnipotent Blum"  

    셀린의 주장에 따르면, 유대인을 좋아하지 않는 면모가 닮았으며, 그와 동일선상에 있고 싶다라는 말을 하였다. 또한 하나의 레옹 블룸Blum도 omnipotent라는 말을 쓰며 부정적인 어투는 사용하지 않았다.


P. 69

  셀린 작품 전체에는 위대함과 몰락이 공존한다. 그 가운데 가장 끔찍한 작품 『학살해 마땅한 것들』은 문학에서 죄가 되고 처벌받아 마땅한 몇 안 되는 진정한 위반작 중 하나다.


P. 70

  그가 제시한 삶의 처방전은 죽음의 심연 위로 활짝 펼쳐진 『밤의 끝으로의 여행』의 훌륭한 페이지들이 보여주는 무의식적인 패러디로 울려퍼진다.

  <밤의 끝으로의 여행>은 우리나라 검색창에 쳐도 결과가 많이 나올 정도로 그의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간에 대해 무조건적인 부정적인 면모, 어두운 느낌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더 쓸 수가 없다!)

P. 71

  팸플릿 저자로서 그는 반유대주의의 끔찍하도록 진부한 말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소설 『할부 방식의 죽음』에서는 아버지로 등장하는 인물의 입을 통해 어리석은 편견의 일들을 쏟아낸다. [...] 이차대전의 비극을 그린 삼부작에서 셀린은 모든 이데올로기, 즉 우익과 좌익, 민주주의, 파시즘, 반유대주의조차도 전 세계적인 하나의 단일한 허구로 버무려 사회 전체를 부정했다.


P. 71

  베르나노스가 말했듯, 그는 빈민가의 고해신부 같다는 비하의 말을 들었다.


P. 71

  지드와 같이 "나는 살았노라"라고 말할 수 있다고 믿는 같은 세대의 다른 프랑스 작가들처럼, 셀린 역시 이런 주장을 과대망상이라 의심하지 않고 '삶'을 추구했다.


P. 71 - 72

  마치 그 사실이 어떤 특별한 진실성을 그에게 보장해주고, 헤밍웨이식의 시끄러운 주먹다짐이 사무실에서 분주한 카프카식 일상보다 선험적으로 더 시적이랑 듯이 말이다.

P. 72

  아무튼 페소아스베보라면, 이를 시인의 정당한 속성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스베보는 전차 위에서 마구 채찍을 휘두르는 아킬레우스나 디오메데스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 율리시스와 더 닮았다.


P. 72

  그 속에서 자신이 삶의 옷걸이일 뿐이라는 걸 깨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