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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옥토버페스트 (1) 토요일 낮-초저녁 본문

해외여행/독일

독일 옥토버페스트 (1) 토요일 낮-초저녁

원남 2017. 10. 1. 19:45




  여행을 하던 도중 옥토버페스트는 슬슬 끝나기 때문에 이것을 먼저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전에 했던 여행일지는 나중에 올리겠다.

  원래 계획으로는 금요일 낮에 뮌헨에 도착한 후, 불금 때 짜잔하고 내 생애 첫 뮌헨 방문과 더불어 옥토버페스트를 즐기려 했으나 완벽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플릭스버스가 예정운행시간보다 한참 연착되는 바람에(추후 포스팅 예정) 금요일 낮에는 커녕 밤을 넘어 자정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교환학생 버디와 토요일 낮에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버디와 만날 때 옥토버페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역이 아니라 한 정거장 떨어진 슈반트할러회헤Schwanthalerhöhe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테레지엔비제는 고려대역 같고, 슈반트할러회헤는 안암역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한 정거장 떨어진 곳을 만나는 장소로 정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다들 비슷한 옷을 입어서 분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버디친구는 내가 아시아인이고 전통의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금방 알아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말해주지 않으면 뒷모습으론 내가 찾는 사람들을 구별하기가 여간 어려웠다. 만약 전통의상을 입은 외국인(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서양사람들을 외모로 구별하는 게 좀 더 어려우니까)을 만나기로 계획했다면 테레지엔비제역에서 만나는 건 비추한다. 두 번째 이유는 여기서도 쉽게 옥토버페스트로 갈 수 있다. 축제 행사장까지 5분도 안걸린다. 여러모로 만남의 광장 같은 느낌인 회헤역이었다. 원래 계획은 다른 2명의 사람과 같이 가기로 되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중간에 안보여서 일찍이 우리 둘만의 시간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독일까지 와서 군대 얘기를 하다니 좀 놀랐지만... 요리 열심히 하라고 충고해주었다. 일단 씨리얼로 시작할게^^

  행사장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이 어젯밤부터 부어라 마시다가, 뒷산에서 버티다못해 나무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사과처럼 행사장의 경사진 잔디밭에서 신나게 구르고 계신다.


나 : 원래 저래도 되는거야?

버디 : 하하



  버디의 친구가 이미 프쇼르-브로이로슬의 텐트 안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고 들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이날 나는 한끼도 못먹었기 때문에, 텐트로 가는 길에 작은 버거같은 걸 사먹었다. 가보면 사람이 엄청 많기 때문에 버거 메뉴 사진이고 자시고 찍진 못했고 일단 먹었다. 나는 닭고기를 좋아해서 닭 패티로 시켰는데... KFC랑 롯데리아가 독일에 자리잡은 줄 알았다. 한국의 맛, 그리웠어...

  버디가 좋아한다던 맥주 브랜드인 브로이로슬 행사장은 이미 만석이어서 SECURITY가 단호하게 못들어간다고 얘기해주었다. 아예 입구 앞에다가 테이프로 막아놓았다. 그래서 입구 앞과 전체 행사장 사이를 가기 위해서 우리는 텐트 뒷문으로 가보았다. 팔에 밴드를 차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나보다. 그래서 어떻게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버디의 친구가 SECURITY와 협상(?)을 해보려고 했으나, 문 밖에 있던 버디와 나는 그들의 대화내용은 듣지 못했어도 그들의 표정과 손짓에서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도 일단 이 행사장에 왔으니까 맥주를 시키려고 야외에 주문을 했다. 운 좋게 금방 자리가 2자리가 났다.



  올해 브로이로슬 옥토버페스트 맥주의 가격은 11유로다. (나는 이날 2잔을 마셨는데, 팁까지 알아서 계산하고 잔돈을 돌려주는 직원마다 가져간 팁이 달랐다. 뮌헨, 당신은 대체...) 매년 가격이 오르지만 사람이 이렇게나 미어터진다고 말하던 버디의 씁쓸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브로이로슬의 옥토버페스트 맥주 첫 맛은 조금 더 도수가 센 듯했다. 나는 맥주가 몇 배 더 맛있다라는 느낌보다, 행사장의 분위기라던가 사람과의 대화를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어서 크게 맥주맛은 상관 없었다. 다만 한국맥주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북적이는 행사장은 낮에 왔을 때보다 저녁에 집으로 갈 때 더더욱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것이 옥토버페스트 주말의 현장이구나


버디 : 서울 밤은 매일 저녁 이러던 것 같은데?

나 : 응? 



저 감자돌이랑 닭고기는 맛있어보였는데, 가보면 알겠지만 구석에 앉았을 경우 직원분들이 우리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주문을 말해도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먼저 옥토버페스트에서 충격을 받았던 점은 버디가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걸어서 대화를 나누던 것이었다. 친화력이 좋은 버디이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또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이어나갔다. 아, 저렇게 얘기하는 곳이구나. 인종차별하는 사람과 테이블을 같이 앉으면 답이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버디와 함께 우리 앞에 있던 사람들과 무작정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앉은 야외의 비좁은 테이블은 10명쯤 앉을 수 있고, 버디와 나는 왼쪽 구석에 옆을 보고 앉았다. 버디가 가르쳐주기를 여기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때 Where are you from?부터 얘기하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러가 얘기해주었다. 도전! 하려던 찰나,

  첫 번째 대화한 사람들은 뒤 테이블에 앉은(테이블끼리 간격이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프랑스였나... 사실 나는 잘 들리지 않아서 몰랐지만 영어가 제1언어는 아닌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자 2명과 남자 1명이었는데 남자가 이미 거나하게 취한 상태여서, 마법사스러운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면서 자신이 묶은 사과머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다시금 생각해봐도 의아스럽네. 그런 외모에 사과머리를 했는데 북핵을 아름답게 설명하던 남자.)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에 다짜고짜 북한은 어떻게 생각하냐, 트럼프와 북핵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내가 내 주장에 대해서 말하는 건 상관없지만, 주변엔 모르는 사람이 가득하고 나는 이방인이다. 따라서 주변에 취해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한 민감한 문제로 시비를 걸면 난감해서, 쿨하게 넘어갔다. 옥토버페스트뿐 아니라 교환학생 생활을 이어나갈 때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나올 저런 민감한 질문에 대해 다채로운 답변을 준비해야겠다. (자연스레 웃으며 넘어간다든가, 진지하게 대답한다든가) 그의 동행 중 독일어를 어느정도 구사하시던 여자분은 아빠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얘기해주었다. 다른 텐트로 간다고 인사해줌.

  두 번째 대화한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서 버디와 내 앞에 앉아있던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에서 온 커플이었다. 여자분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남자는 현재 광고홍보쪽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오늘 뮌헨에 처음 왔다고도 얘기해주었다. 여자분께서 "저도 교환학생 친구 중에 서울에서 온 친구가 있었어요."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일랜드 전혀 모르는데 하... 미안해요... 아무래도 유럽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겠다. 그들이 다른 친구들한테 갈 때까지 우리는 서로 다채로운 주제로 얘기했다.


더블린 커플 : 다들 우리를 처음에 노르웨이인으로 알아봐

나 : 맞아 다들 나를 처음에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으로 알아봐


나 : 지금 내 얼굴 빨개지지 않았어? 내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빨개져서...

더블린 커플 : 피부색 지금 우리랑 완전 똑같아. 완전 하얗다. 더 마셔


나 : 아일랜드 언어 되게 어렵지 않아?

더블린 여성 : 다들 어려워하더라고. 나는 영어도 어렵네 하하

나 : 나도 마찬가지야 ㅎ핳


  덤으로 나는 더블린 커플이 시킨 프레즐을 같이 먹었다. 걍 소금소금이네... 엄청 짜네... 덕분에 맥주가 더 잘 들어갔다. 내가 맥주를 하나 더 시키게 만든 브로이로슬 맥주회사, 무서운 사람들...


  세 번째 대화한 사람들은 나이 차가 약간 있어보여서 부부? 아니면 커플?쯤 되는 뮌헨 토박이다. 우리 오른쪽에 앉은 사람들이었고, 옥토버페스트와 도시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그런지 뮌헨의 국제적이고 다양성 있는 특성을 연신 소개해주었다. "뮌헨은 국제적인 도시고 이 축제 또한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고 우리는 하나다." 어머니 세대로 추정되는 분께서 말해주시니 엄마한테 듣는 얘기 같았다.




  더 놀라웠던건 뮌헨 토박이 둘이서 그런 말을 하고 나서 작은 유리병에서 심상치 않은 하얀 가루를 톡톡 털더니 그것을 코로 흡입하는 것이었다. 앞에 있던 커플이랑 내 옆에 앉은 버디까지 당황해서 얼빠진 표정으로 있었다. 아, 코카인인가보다. 우리에게 권해주었지만 칼같이 거절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것은 담배성분은 없지만 싸-한 느낌(파스 붙이면 드는 느낌이 아닐까?)을 만들어주는 코막힘 해결해주는 가루인가보다. 이름은 Schneeberg weiß로, 바바리안 샵에서 공식적으로 파는 걸 보니 마약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에 마약이었다면 그 비싼 걸 옆사람에게 나누어줄 리가 없다. 그러나 기사를 좀 더 찾아보니 여기다가 진짜 마약을 넣어도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기사가 있었다. 나도 보고 진짜 코카인인 줄 알았으니. 아마 그들은 뮌헨 토박이라서 옥토버페스트를 더 잘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당시에는 너무 당혹스러워서 우리 네 명이선 "와, 네덜란드만큼 개방적이네!" 라고 웃고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대화한 사람들은 더블린 커플이 가고 난 자리를 꿰찬 남정네 두 명이었다. (벌써 흥미가 떨어진다.) 5년 전에 뮌헨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신기한 게 둘이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하는 일도 영 다른데 서로를 얘기할 때 친구라고 말했다. 동갑과 친구는 역시 달라야 제맛이지. 약간 게이 커플인 것 같기도 한데, 뭐 아무렴 어때. 우리의 전공에 관해 물어보면서 힘들겠다고 얘기해주었다. 자신도 IT업종이라서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엉엉 같이 울어요




  그무렵 텐트에서 나온 버디의 친구는 우리랑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교환학생을 한국에서 한 터라 어느 정도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안녕하세요라는 말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너는 벌써 독일어를 생각보다 잘한다고 답변해주었다. 저번 학기에 독일어 수업을 거의 울면서 들은 덕분인가보다. 감사요맨

  

  

  중앙역에 있는 곳에서 팔았는데 터키식 음식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뭐였지 흑흑 버디야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