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원남, 기록

[책] 요즈음 초판본 커버(리커버)판매가 유행중! (소와다리, 더스토리, 만화주의 출판사, 전갑주씨를 중심으로) 본문

짤막리뷰/책

[책] 요즈음 초판본 커버(리커버)판매가 유행중! (소와다리, 더스토리, 만화주의 출판사, 전갑주씨를 중심으로)

원남 2017. 3. 10. 22:12

  2년 전부터 부쩍 옛날 책을 다시 내놓을 때, 초판 때 쓰인 디자인을 차용하여 출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1인 출판사 소와다리가 재작년 출간한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著, 소와다리, 2015) 에서 조짐이 크게 보였다. 이후 소와다리 출판사는 <은하철도의 밤>, <나생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 모두 큰 관심을 받았으며, 대중들에게 초판본 커버디자인을 함께한 <진달래꽃>(김소월 著, 소와다리, 2015),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著, 소와다리, 2016)로 일약 스타 출판사가 되었다. (소와다리 출판사의 얘기는 월간 세아이의 네이버 포스트 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 출판사는 가히 '머리가 좋다'라고 할 수 있다. 신생 출판사로써 마케팅적으로나 홍보적으로 입소문이 타지 않으면 요즘 출판 회사는 대기업에 있어도 쉽게 살아남지 못하는 분야다. 그러나 해외 코믹스에서도 유행을 볼 수 있듯이, 커버가 어떤 디자인이냐에 따라 굉장히 수요가 커진다. 초판본 일러스트는 곧 그 책의 '정수'를 가질 수 있다는, 다시 말하면 한정판에 가까웠던 초판본 커버가 양산화됨에 따라 나도 이 책의 뿌리부터 알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기서 나온 표지는 요즈음 나오는 흔한 책들보다 더 감각적이고 세련되었다.) 나는 이 출판사에 대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때부터 관심이있었는데, 이렇게 출판사가 잘되니 기분이 좋다. "이 책을 가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소유욕을 제대로 자극시켰다고 본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리미티드 마케팅이다.

  출판사도 노력한 것이, 초판본에서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은 자신이 '그럴 듯하게' 다시 재창조한 부분이다.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기에 나는 이 출판사를 더욱 응원한다.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소개한 다양한 초판커버 복각본. 예전 초판본에서 출판된 일러스트라기엔, 요즘에 나오는 책보다 훨씬 갖고 싶은 앤티크함이 깃들어 있다.


  이 출판사의 마케팅이 먹혀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다른 출판사도 이에 힘을 실어 초판본 커버를 필두로 책을 복각출판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소개할 출판사는 더스토리다. 채널예스에 따르면, 이 출판사 사장님은 원래 초판본 모으는 데에 관심이 있다가 이 유행의 흐름을 타 <님의 침묵>(한용운 著, 더스토리, 2016)을 복각판으로 출간했다. 이 뿐 아니라 <사슴의 노래>(노천명), <정지용 시집> <백록담>(정지용), <육사시집>(이육사), <데미안>(헤르만 헤세)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님의 침묵>은 준비기간이 3년으로, 그 책은 초판 커버를 사용한 훌륭한 책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출판사는 비판받아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미 이 마케팅의 흐름으로 출간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진달래꽃>(소와다리 출판사에서 내놓은 것과 똑같은 1925년 디자인) 등을 소와다리 출판사 표지와 똑같이 내놓음으로써 무엇이 먼저인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출간되었다. 이 사태를 보면서 소와다리 출판사는 씁쓸한 페이스북 포스팅을 남겼다.


웬만하지 않은 1인 출판사의 나날 (소와다리 페이지) 2월 28일 오후 5:23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복각한 초판본 도서는 여러 판본을 조사하여 복원합니다. 대부분 오래된 책이라 보존상태도 좋지 않고 표지 구석, 특히 책등처럼 파손이 심해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자료가 없는 부분은 최대한 책과 어울리게 상상하여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출판사 책들이, 표지는 그렇다 쳐도 책등이나 뒤표지까지 저희랑 똑같아서... 서점 가서 볼 때마다 민망해 죽을 것 같습니다.

"에구... 그 부분은 내가 상상해서 만든 건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처럼 보인다. 이 출판사를 겨냥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똑같은 표지를 가진 책은 더스토리와 쿵 출판사 뿐밖에 없다. 굳이 똑같은 일러스트로 출간한다면, 의도가 너무 보이지 않는가. 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새로이 내놓은 책만으로도 이 회사는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같은 초판본을 보고 같은 결과물을 출력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 회사도 약간의 생각을 더했는지 <진달래꽃>의 경우 나중엔 소와다리와 다른 일러스트지만 옛날 느낌이 나는 1950년대의 일러스트를 차용하여 출판하였다.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소개한 다양한 초판커버 복각본. 



하지만 소와다리 페이지도 100% 당당한 건 아니다. 고서 복제 기술자인 전갑주 씨가 소와다리 출판사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간하기 2달 전에 이미 초판본과 최대한 비슷하게 복각 출판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에서 관련 인터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사람도 열심히 복각출판했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는 비단 문학계에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최근 만화주의라는 신생 출판사는 만화가 허영만이 그렸던 만화책의 초판 커버를 활용하여 <총소리>, <각시탈>, <각시탈의 분노>를 복각할 예정이다. 해외 코믹스에서는 이미 예전의 일러스트를 패러디하여 특정 variant로 출간하는 경우도 있어, 해외의 유행이 우리나라로 건너들어왔다고도 볼 수 있다.


한 기사에서는 "초판본"이라는 단어는 쓰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초판본 커버와 내용물은 따라했지만, 사실상 초판본을 복제하여 복각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초판커버를 활용한 복각판이라는 내용을 꼭 기술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젠 초판커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앞으로도 초판본 커버의 유행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