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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글로벌특파원 6기-독일] 베르히테스가덴과 할라인 비교해보기 본문

독일 뮌헨공대(TUM) 교환학생 /3. 2017년 2학기

[미래에셋 글로벌특파원 6기-독일] 베르히테스가덴과 할라인 비교해보기

원남 2017. 11. 6. 00:08


  우리나라는 북한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와 국경이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타국에 방문하기 위해선 무조건 배나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해외로 여행간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국경선이 맞닿은 서로 다른 도시에 대해 문화적 교류는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궁금했다. 만약 서로 다른 나라의 맞닿은 두 도시가 비슷한 문화를 가졌다면, 국경을 넘어선 교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는 마침 독일로 교환학생을 왔고, 국경선에 닿아 있는 나라만 8-9개인 독일에서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나는 이번 시간에 국경이 맞닿아 있는 서로 다른 나라의 두 도시를 문화적으로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내가 독일 뮌헨에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으로 갈 여지가 상당히 많다. 제일 가까운 타지인 오스트리아를 공략하기로 맘을 먹었다. 외국인이 오스트리아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도시는 보통 빈Wien, 린츠Linz, 잘츠부르크Salzburg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 모차르트 박물관과 생가로 유명한 잘츠부르크Salzburg이름 자체에서 소금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도시 내에 다양한 소금광산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잘츠부르크는 독일과 국경선을 이루는 곳 바로 앞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도시다. 만약 오스트리아가 아닌 나라의 어느 도시가 잘츠부르크처럼 국경을 이루는 곳에 위치하고 소금광산으로 유명하다면, 그 두 도시는 나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접점을 쉽게 찾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거의 맞닿아 있으며, 오스트리아가 아닌 독일의 도시이며, 소금광산으로 유명한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를 대상으로 삼았다. 두 도시의 소금광산 투어를 먼저 다녀온 후, 주위 풍경과 건축, 문화적인 느낌을 비교하고 대조하였다.

  잘츠부르크 내에 소금광산은 할라인 소금광산Salzwelten Hallein에 다녀왔고, 베르히테스가덴에서 소금광산Salzbergwerk Berchtesgaden은 하나만 있어서 그곳만 다녀왔다.


 


  두 도시의 첫번째 공통점은 자연적 환경을 같이 공유하고 있어서, 도시를 걷는 내내 두 도시가 외형적으로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에 올려놓은 두 지도 중 오른쪽에 해당하는 할라인 지도를 보면, 국경을 두고 왼쪽 아래에 베르히테스가덴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곳 모두 같은 산악지형이 드넓게 펼쳐진 지역이다. 이 두 도시 사이에 있는 산이 국경선의 역할까지 도맡고 있으며, 산의 양 끝에 두 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한 도시에서 (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다른 도시의 상황을 볼 수 없더라도, 자연과 지형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옆마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위 사진은 베르히테스가덴에서 제공하는 유튜브 속 소금광산 영상의 클립이다.


내가 찍은 할라인의 소금광산 투어 시작 부분이다.


  문화적으로 비슷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두 도시는 모두 독특한 산업인 소금광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인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두 도시에 계신 주민들에게 (못다한 독일어로) 광산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에도 광산에 대한 자부심을 모두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할라인 소금광산의 경우, 정확히는 할라인 시내에 자리하고 있지 않고 (독일에 있는 바드 뒤렌베르크Bad Dürrenberg가 아니라) 바드 뒤른베르크Bad Dürrnberg라는 산악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형엔 800명밖에 거주하지 않는 매우 작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에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지역에서 자라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곳에서 과격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광산관광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최고의 사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들 자부심이 특별히 넘치셨나보다. 할라인 소금광산에 있던 카페엔 영업이 끝날 때까지 주민들이 다함께 모여서 두런두런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 많은 60-70대 분들께서 동시에 이곳까지 차를 끌고 올 리 없다! 또한 요양하러 정착하신 분들이 많으셨다.) 따라서 그들이 소금광산을 통해 얻는 경험과 가치는 서로 공유될 수밖에 없다.


  문화적인 동질감을 느낄 세 번째로는 두 나라 모두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어졌다. 역사를 굉장히 오래 전으로 이끌어서 소금이 한참 비싸게 팔릴 당시에조차, (오스트리아)할라인에 있던 소금광산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만 소금을 판매한 게 아니라 독일에도 판매하였다. 그만큼 두 나라는 언어에 대한 장애물이 적었기 때문에 소금광산의 예시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해 보다 쉽게 공유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내의 모습

오스트리아 할라인의 시내 모습. 건물의 파스텔 색상은 위 잘츠부르크의 사진에선 찾아볼 순 없지만, 위 사진은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쪽 사진이고 건물의 느낌이 매우 닮았다. 중앙역 근처에 갔을 땐 할라인의 사진과 매우 흡사한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많았다.


두피디아에서 가져온 바이에른식 주택 사진.


베르히테스가덴 근처의 에메랄드 강과 함께 놓인 주택들. 오스트리아 느낌은 전혀 나지 않고, 바이에른의 일반적인 주택과 좀 더 닮아있다.


  반면, 외향적으로 볼 수 있는 차이점은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 서로가 지니고 있는 건축의 모습이다. 옆 도시에 있는 건물들이라면 조금씩 비슷해보일 법도 한데, 베르히테스가덴의 가옥들은 바이에른 전역(뮌헨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독일 느낌이었고, 할라인의 집은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보던 것과 매우 흡사한 형형색색의 건물이었다. 서로가 지키고 싶은 것은 지키되, 더 나은 경제적 발전과 활발한 교류를 위한 것들은 서로에게 맞춰주면서 비슷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국경선은 문화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다른 나라의 경우 이와 반대인 케이스도 존재한다. 바로 같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격차에 따른 인위적 경계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tuca vieira의 작품이며, 멕시코에서 Paraisópolis 라는 도시의 높고 깔끔한 Condomínio Penthouse펜트하우스 빌딩과 달리, 바로 그 옆에 있는 얕고 낮은 집들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표출하고 있음이 역력히 드러난다. 멕시코의 이 지역은 재개발 지역도 아니다. 물론 외관으로 모든 걸 비교할 순 없지만, 내가 여행했던 두 도시로부터 느꼈던 모호한 국경과 비슷한 문화와 달리, 이 도시에서는 경제적인 격차가 인위적인 경계선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동일한 도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체적인 경계선을 만들어냈다는 건, 어떤 것이 진짜 구분선이고 경계선일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임이 틀림없다.



이것은 독일 TV쇼인 Galileo Big Pictures에서 1분 44초부터 해당 사진에 대하여 독일어로 소개하고 있다. 3분 6초부터 사진에 대한 주변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멕시코의 또다른 사진이다. 중남미에서 진행했던 사진 캠페인 중 일부 사진으로, 대조되는 주택사진을 통해 경제적 양극화를 극대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을 하면서 제일 크게 느꼈던 점은 국가가 인위적으로 나눈 국경선이 꼭 문화, 도시 특유의 감성까지 모두 구분지을 순 없다는 것을 배웠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교환학생 온 것이 해외로 온 첫 번째 경험이기 때문에, 국경선으로 나뉜 나라는 아무리 옆에 있다고 할지라도 남북한처럼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이번 여행에서 얻은 미묘한 국경선의 특징을 통해, 다른 도시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남북한만큼 옆에 두고 많이 다른 나라가 있을까 싶지만,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다든가, 경제수준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이유 등 여러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 추측된다.


  두 도시를 여행하면서 느낀 한계점은 두 도시는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간 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내 버디(멘토)는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언어도 동일하고 소금광산이 나는 것도 그렇고 서로 간의 교류도 잦았을 테니, 다른 나라라고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문화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또한 한 도시마다 하루밖에 소요되지 않은 짧은 여행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 도시의 진짜배기를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국경선으로 가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무조건 승용차로만 이동할 수 있는데, 내가 독일에서 면허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2달 이상이 소요된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국경선 앞까지 못 갔기 때문에, 한 눈에 두 나라를 담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녔다.

  따라서 추후에 도시들을 비교할 때에는 보다 많은 사전조사를 거칠 것이고, 조금 더 오래 머물러서 마을에 대한 이해도를 보다 깊이 성장시킬 것이며, EU면허증을 취득한다면 교환학생이 쉽게 못 가는 지역까지 탐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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