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원남, 기록

파닥파닥(2012) 리뷰 [스포일러 有] 본문

짤막리뷰/애니메이션

파닥파닥(2012) 리뷰 [스포일러 有]

원남 2017. 2. 3. 02:01



※ 스포일러 有!!!!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2012)은 물고기들이 횟집에 한데 모여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읊어나간다. 모든 물고기들의 자세한 내막은 나오지 않으나, 주요 인물들의 얘기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3번씩 보는 걸 추천한다.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안성맞춤인 장소 선택 - 횟집 수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 특성상 스토리가 좋아도 투자를 잘 받기가 무진장 어렵다. (매우!) 파닥파닥 제작사 블로그에 따르면 투자받기 위해서 90곳 이상을 돌아다녀도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시 예산이 빠듯한데,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대부분 횟집 수조에서 진행되고 3D로 배경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그린 덕분에 예산 걱정이 확 줄었다. 기획을 횟집으로 이미 정한 뒤 투자를 받으러 돌아다니셨겠지만,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탁월함이 돋보인다.

  또한 횟집 수조는 제한된 생활반경 속에서 양식물고기들과 파닥파닥의 대비를 엿볼 수 있는 배경 장치다. 파닥파닥은 수조에 들어오자마자 탈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다른 양식물고기(+붕장어)는 오히려 죽은 척 하라며 제한된 삶에 완벽히 적응한 점을 볼 수 있다. 가두어진 삶 속에서 자라난(양식 환경) 애들이기 때문에 횟집 수조는 그들에게 잘맞는 장소다. 분위기도 적절하다.

양어장 출신과 바다 출신의 차이에서 본 ① 신분에 따른 차별, ② 신분상승의 욕구 ③자율적인 교육관 대하여

  이 곳에선 바다 출신 물고기들은 양식 물고기들보다 더 인정받는다. 킹크랩 언어를 할 줄 안다고 부러움을 받거나, 양식 물고기와 다르게 야생(?) 물고기는 횟집수조에서도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점들을 보여준다. 생태계에서 좋은 환경과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생명체가 부러움을 많이 받는 까닭은 자연 선택의 원리에 따라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올드 넙치(가자미)는 (옛 애인의 이야기를 빌려)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존중받은 덕에, 횟집주인이 주는 먹이용 물고기를 먼저 먹는 특권을 얻는다. 자연스레 왕이 결정되고, 인물들(물고기들) 간의 수직관계가 생겨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신분에 대해 말해보자면 붕장어를 빼먹을 수 없다. 붕장어는 보통 양식이 불가능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붕장어는 애니메이션상에서 딱히 자신의 출신에 대하여 말하지 않지만 양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올드넙치와 파닥파닥의 얘기를 듣고 바다에 가고싶다는 욕망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왜일까? 바다로 가고 싶다는 물고기, 살아보고 싶다는 물고기들이 넘쳐나는데? 그는 희망에 가득찬 바다를 경험하기보다 무섭거나 다시 가기 싫은 존재일 것이다. 바다에서의 성장에서 받던 서바이벌(양식처럼 편하게 살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높은 야생)에서 받은 예민하고 기민한 성격은 양식 물고기보다도 더 악랄한 모습을 내비추기 편한 설정이다. 따라서 놀래미(노란색 물고기)가 게에게 당하여 처참한 몰골이 된 걸 목격하고도 다른 물고기가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과 달리 붕장어는 오히려 먹이가 왔다는 듯 덤덤하게 놀래미의 살점을 떼어먹는 것이다. 

  가자미(올드 넙치)는 사실 바다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엔딩 이후 바다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무리지어 가던 바다물고기들(아마 파닥파닥이 또한 무리지어 다녔을 것.)이 규칙적으로 어디론가 목적있게 가는 장면과 대비하여 올드 넙치는 횟집에서 되도록 멀리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가던 그. 아마 엔딩의 분위기로 보아서 그 나름대로 쓸쓸히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를 찾았다는 것, 자유를 얻어보았다는 건 오늘 하루만 살다가 죽어도 괜찮은, 어쩌면 요즘 시대의 YOLO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올드 넙치와 파닥파닥, 놀래미의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 그리고 그들과 반대로 제한된 삶이지만 탈출하다가 당장 죽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는 다른 물고기들을 교육적으로 비추어보면 어떨까. 요즘도 우리나라에서 30대까지 죽는 이유 1위가 대부분 자살이다. 청소년들의 자살의 대부분은 안타깝지만 학교에서의 점수, 인간관계 등에서 한계와 아픔을 겪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짜맞추어 사는 삶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자유를 갈망하던 물고기는 대부분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입었지만, 이것은 생명을 건 자유였다. 청소년들에게 생명을 걸 정도의 모험은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우리가 살아갈 때 획일되거나, 수동적이거나, 휘둘리는 삶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omments